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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Sep 05. 2022

지방도시에서 작가 김물의 (2) 자라는 법

대학생 자취방에서

파란 나무의 팔 한쪽


어릴 적 당신은 숲의 마을에 살았다. 빨간 지붕과 낡은 외벽이었던, 시원한 냄새이던, 평범하디 평범한 그런 집에서 살았을 것이다. 높디높은 나무는 항상 당신을 감쌌고, 찌든 담배 냄새는 당신을 일으켰으며 주차장의 차들은 당신을 더 큰 세상으로 보냈다.


당신의 물들이 거실 바닥에 스며들고 벌어진 노란 장판 사이로 나무가 자랐다. 높디높은 나무가 된 당신의 나무를 당신은 항상 감쌌다. 높디높은 나무에서 구부러진, 온 방을 다 뒤덮은 나무가 된 거실의 나무는 당신의 집 나무가 되었다. 당신은 더욱더 있는 힘껏 나무를 감쌌다.


집을 떠나는 날, 당신은 그 나무를 마을의 길에 심었다. 나는 그 나무를 보았다. 온 마을을 감싸 안은 파란색 나무였다. 파란 나무는 나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따듯한 파란 나무는 기꺼이 자신의 팔 한쪽을 나에게 내주었다. 나는 파란 나무의 팔 한쪽을 거실의 찢어진 장판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의 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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