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이해한다고 믿었지만, 착각이었다
셋째는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럴 수 있지.”
특히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자주 쓴다.
단원평가에서 내가 기대한 점수에 못 미쳤을 때도
아이는 태연하게 말한다.
“엄마, 그럴 수 있지.”
그 말이 들릴 때면 나는 자동처럼 되묻는다.
“뭐가 그럴 수 있어?”
그러고는 결국 아이를 혼낸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
‘그럴 수 있지’라는 말에 기대어
대충 넘겨버릴까 걱정되는 마음이 자꾸 앞섰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아이의 말 속에는 생각보다 넓고 따뜻한 여유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자꾸 선을 그으려 한다.
내 기준과 내 감정이 더 옳다고 믿으며
나와 다른 무언가를 쉽게 배척한다.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왜 그래?”라는 말로 상대를 몰아세우기 쉽다.
그럴 때 필요한 마음이 있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이 마음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철문처럼 굳게 닫혀 있을 때가 더 많다.
나는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
그러면서 이해한 척,
표정과 몸짓으로 그 순간을 넘기곤 했다.
아이의 한마디가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럴 수 있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그래, 그럴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