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이 이야기를 안 쓰시네요

by 키스톤

“요즘 아이 이야기를 안 쓰시네요“

같이 글을 쓰는 문우님이 말했다.
요즘 아이 관련된 글을 안 쓴다고.

"그때는 온 마음이 아이에게 가 있었던 거고,
지금은 마음을 비워서 그래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가만히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요 몇 달간 내 브런치를 채운 건
아이의 성장담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였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가는 생각의 고리들.

타인의 눈에는 내가 '엄마'라는 짐을 잠시 내려놓고
홀가분해진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글에서 아이가 사라졌다고 해서,
내 마음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침묵 속의 소란

활자 밖의 나는 여전히 소란스럽다.

어디선가 입시에 관련 새로운 담론이 들려오면
'아, 그때 그렇게 하지 말걸' 하고 지난날을 후회하고,
또 다른 성공 사례를 접하면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엄마는 평가자가 되면 안 되는데.

머리로는 수백 번 되뇌지만,
현실의 나는 어설픈 기준을 들이대며
아이를 깎아내리곤 한다.

그 깎아내리는 것은
타인보다 더 깊은 골을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글로 쓰지 않았을 뿐,
아이는 여전히 내 우주의 가장 뜨거운 중심이었다.

단지 너무 뜨거워서,
섣불리 문장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이다.



발가벗겨진 기분으로 단어를 줍다

요즘 내 머릿속은 수많은 단어들이 부유한다.

어떤 단어는 대답 없이 스쳐 지나가고,
어떤 단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생각들을 데려온다.

새로운 단어를 만난다는 건,
결국 나의 내면과의 만남.

좋은 엄마인 척, 현명한 어른인 척
포장된 옷을 벗어던지고 거울 앞에 선 기분.

누가 보지도 않는데
수많은 시선이 느껴져
황급히 눈을 피하고 싶어진다.

아마도 최근 내 글이 '나'를 향했던 건,
아이를 핑계 삼아 도망치지 않고
나부터 똑바로 응시하려는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해봤다

이렇게 저렇게 다 해봤다.

이렇게 하면 성적이 오를까,
저렇게 하면 자존감이 높아질까.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가 도달한 결론은 허무하리만치 단순했다.

'소용없다.'

내 욕심대로 아이를 조각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아이가 세상에서 지치고 돌아왔을 때
건강한 밥 한 끼를 차려주는 일.

그 따뜻한 밥 냄새로
아이의 빈속을 채워주는 것.
그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머리로 알면서도
여전히 그 단순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흔들리는 날이 더 많지만.



버려지지 않은 마음

아마도 나는 조만간
다시 아이를 중심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이 불안은 아이가 대학을 가기 전까지 계속될 테니까.
아니, 어쩌면 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영원히 이어질지도 모른다.

버려지지 않은 마음.

하지만 희망을 걸어본다.

지금 겪고 있는 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쌓여,
훗날 다시 아이 이야기를 쓸 때에는
조금씩 글에서도 유연함이 나오지 않을까.

버려지지 않는 마음이라면,
차라리 둥글게 깎아 안아주고 싶다.

오늘도 나는 불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밥을 짓고, 글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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