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앞에서

by 키스톤

한 해가 끝나기 전, 사람들은 새해를 준비하느라 분주해진다.

우리 집엔 고입이라는 무게가 함께 놓였다.

바뀐 입시. 진로가 분명하면 선택은 넓어지지만,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아이의 마음엔 갈대처럼 숨 쉬는 흔들림이 있다.

아이를 보며 함께 결정하지 못하는 나. 그저,

이 인생의 첫 관문만큼은 스스로 열어가길 바랄 뿐이다.


어느 날 아이는 가고 싶은 고등학교를 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면접을 보러 간다.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 말하지만 입 꼬리에 남은 긴장은 숨기지 못한다.

차 안에서 농담을 건네도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창밖을 보는 척하는 아들의 옆모습이 어제보다 조금 더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신호등이 바뀌고, 학교까지는 이제 두 블록.

정문 앞.여기까지다.

대기실로 들어가는 길은 아이 혼자 걸어가야 한다.

부모가 들어갈 수 없는 영역. 아이들 사이로 우리 아들이 점점 작아진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근처 커피숍으로 향한다.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지만 글자는 한 줄도 마음에 닿지 않는다.

커피는 식어가고, 휴대폰 화면만 몇 번째 켜고 끄는지 모르겠다.

정문 쪽을 바라본다. 아이들이 계속 들어간다.

시계를 보니 삼십 분이 지났다. 아직 한 시간은 더 남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 진동이 울린다.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면접이 끝났다고. 어떻게 하냐고 묻는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위치를 보내고 창밖을 본다.

5분쯤 지나 커피숍 문이 열리고 아이가 들어선다.

긴장과는 다른 표정이 있다. 끝났다는 해방감, 그리고 조금은 어설펐던 대답에 대한 자책.

"생각보다 떨렸어요."

아이가 먼저 말한다. 면접관이 세 명이었다는 것, 두 번째 질문에서 말이 꼬였다는 것, 그래도 마지막엔 웃으며 나왔다는 것.

나는 말한다. 괜찮다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이런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고.

그때 아이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연달아 울린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모양이다.

아이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처음으로 편한 표정을 짓는다.

"애들도 다 떨렸대요."

그 말에 나도 웃음이 나온다.


차에 오르는 아이의 어깨가 조금 가벼워 보인다.

아이 스스로 연 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날, 결정을 내렸던 그 기준만큼은 앞으로 살아가며 흔들리지 않는 가치가 되길 바란다.

집으로 가는 길, 창밖으로 겨울 해가 기운다.

아이의 꿈을 응원하며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본다.

조용히, 합격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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