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올해 고3이 된다.
아직 개학도 하지 않았는데, 그 두 글자가 벌써부터 무겁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커피를 내리다가도 아이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긴 한숨이 습관처럼 따라 나온다.
지인 소개로 컨설팅을 받은 날, 미리 성적표와 생기부를 보냈다.
'갈 데가 없다고 하면 어쩌지.'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희망이 부풀었다. 별일 없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
상담을 듣는 내내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다리를 자꾸 꼬았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2학년 때 선택과목을 바꾸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확 줄어든 인원,
그리고 훅 떨어진 등급.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런 등급 처음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학기에 성적을 많이 올렸지만 1학기가 발목을 잡았다.
최종 성적은 기대보다 한참 낮았다.
아이가 원하는 대학은 리스트에 없었다.
학교에 입학할 때 등록금 고지서를 보며 생각했다.
'이 돈이면 좋은 대학은 가야지.'
아이가 가져오는 점수를 볼 때마다 내 기대는 조금씩, 아주 조용히 무너졌다.
컨설팅을 받으러 갈 때마다 나는 또다시 기대를 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미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했다.
이번 컨설팅은 달랐다.
현실에 맞는 대학 이름이 또렷하게 제시됐다.
그 순간, 나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아이였다.
입을 다물었다.
이미 지나간 점수로 잔소리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조용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때 물었다.
"어땠어."
아이는 생각보다 담담했다.
"아쉽긴 한데, 목표랑 내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는 확인했어요. 그래서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도 알겠고."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아이가 다시 말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이 정도면 포기하겠다"가 아니라 "더 해보겠다"였다.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모든 걸 내려놓지 않는 것. 힘들어도 하루를 이어가는 것. 그게 결국 아이를 지탱하는 힘이 될 거라고.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열심히 걷고 있는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
아이가 원하는 곳에 닿기를 조용히, 아주 간절하게 기도하는 일.
이런 나의 행동이 부모로서 충분한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오늘 밤,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며 나는 조금 불안을 덜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