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아침에 내가 얼마나 자동으로 움직였는지를.
이른 새벽, 아이가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손을 뻗어 배를 짚었다.
따뜻했고, 익숙했고, 그래서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잠시 뒤 아이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구토 소리가 집 안을 채웠다.
그제야 옷을 챙기고 아이를 안았다.
그 순간까지도 머릿속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집을 나서자 발이 먼저 움직였다.
왼쪽으로 꺾는 좁은 길.
늘 산책하던 경로였다.
몇 걸음쯤 갔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은 반대편이었다.
멈출까 고민했지만 몸은 이미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익숙한 간격, 익숙한 턱.
생각보다 빠르게, 아무 일 없다는 듯 그 길을 걷고 있었다.
걷는 동안 아이의 호흡이 팔 안에서 점점 가늘어졌다.
그제야 걸음이 빨라졌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지금 이 선택이 판단이 아니라는 걸.
오래전에 몸이 외워둔 방향이라는 걸.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바로 처치를 받았다.
의자에 앉아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데
“조금만 달랐어도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뒤늦게 따라왔다.
돌아오는 길은 달랐다.
정문으로 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몇 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길을 왜 이제야 봤을까 싶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알게 됐다.
나는 그동안 생각하며 걷는 사람이 아니라
외운 길 위를 다니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날 이후로 발이 먼저 나가려 할 때
잠깐 멈추는 순간이 생겼다.
이 길이 익숙해서인지,
정말 괜찮아서인지를
한 번쯤은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