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운다

by 키스톤

눈물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는 청승맞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감성이 풍부하다고 말한다. 요즘 말로 하면 MBTI에서 F의 특성이 강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잘 느끼고,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 사람.


문득, 왜 나는 이렇게 자주 눈물이 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특히 공감이 될 때 더 쉽게 눈물이 났다. 예를 들면, 출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도 저랬지…’ 그 순간의 고통과 감정이 몸으로 다시 느껴지는 듯했으니까. 또 어느 날,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보며 울었다. 누군가의 땀과 노력, 긴 시간을 이겨낸 감정이 내 안에서도 함께 터져 나왔던 것 같다. 그 순간 아이는 “엄마 또 운다.” 하고 웃지만, 그 말에도 눈물은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시간, 나도 견디고 참았으니까. 그들과 내 마음이 통했기 때문에. 그게 바로, 눈물이 나는 이유 아닐까.



예전부터 내가 이러지는 않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좋아도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았으며, 슬퍼도 눈물을 삼켰다. 언제였을까. 그러다 어느 날, 한 문장을 읽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권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세 번쯤은 거절해야 예의라고 배웠다. 그때 생각했다. ‘왜 바로 좋다고 말하면 안 되지?’ 그러다 문득,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때의 작은 깨달음은 나 자신의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변화였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내 진심이 그대로 전해지다 보니,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졌고 신뢰도 더 깊어졌다. 눈물만 그런 건 아니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이 크게 동요될 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고 동작까지 격해진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나도 함께 분노하고, 뜻밖의 선물을 받으면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난다. 그 감정은 숨기지 않고 바로 표현된다. 마치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퍼덕거리며 살아있음을 보여주듯이, 내 감정도 그렇게 생생하게 세상에 전달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물의 깊이는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다는 비유의 말이다. 이 속담은 인간의 내면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겉모습만으로는 진정한 속마음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교훈을 담고 있지만, 난 다르게 해석을 한다. 사람의 속마음은 모르니, 오히려 더 표현해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고.


얼마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신랑이 사준 펜을 자랑했다. 사람들은 신랑의 센스에 칭찬을 한다. 나는 무슨 소리냐면서 내가 말해서 사준거라고 말하니 다들 웃는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알 것이라 생각하는지. 추측보다 확실한 것은 표현이 아닐까.


물론, 즉각적인 표현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너무 노골적이라고. 그럴 땐, 그냥 조용히 거리를 두면 된다. 모든 사람의 비유를 다 맞춰가면서 나의 감정을 숨기고 거짓으로 말하기보다는 진실되게 말하는 것이 그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나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옆에 앉은 아들을 꼭 안아주며 “사랑해”라고 말하고, 남편에게는 웃으며 “나 같은 여자는 없어. 당신은 복 받은 줄 알아야 해”라고 장난스럽게 말한다. 표현하지 않은 말은, 아무 힘도 발휘할 수 없다. 마음에만 담아두면, 그건 결국 닿지 않는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는 말처럼. 진심은 드러낼 때 빛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마음을 기꺼이 말로 전한다.


pexels-alleksana-4474754.jpg


작가의 이전글칭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