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구축한 '신성 영역'

by 김도현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당신은 주변인들과 어떻게 의사소통 하는가. 주로 쓰는 어휘가 있을 수도 있고 집단에 따라선 독자적인 은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집단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적절한 은어의 사용은 구성원의 관계 촉진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허나, 그 집단이 많은 영향력을 가졌다면? 영향력은 곧 책임이다. 초등학교 반장부터 시작해서 한 국가의 대통령까지, 영향력이 커질 수록 져야하는 책임도 커진다. 나는 어려운 은어로 집단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존재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법률용어'와 '의학용어'가 있다.



왜 그들은 어려운 말을 쓸까? 특정 학문을 전공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전문용어'(terminology)로 칭한다. 전문용어의 이용을 따로 다루는 학문도 있을 정도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전문용어'의 사용은 필수 불가결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해본적 없는가? 사례에 따르면 A씨는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임대차 계약 해지 시 2개월 이내에 원상복구한다"는 조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고관절'이나 '미추'는 어떠한가. 각각 '꼬리뼈'와 '엉덩이관절'을 칭하는 해부학 용어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표현은 일반인들에게 심히 부담되고 실질적 피해를 끼친다.



어려운 용어를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20년 '알기 쉬운 법률 만들기 협약' 을 비롯해 한자어 법률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1977년 '의학용어집'이 처음 발간된 이후로 '의학용어위원회'에 의해 수차례 개정을 거치는 중이다. 허나 각각의 과정에서 집단에서의 반발의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본인들의 전문성을 보장해달라는 말이었다. 전문성이 꼭 어려운 말로 보장되어야 할까.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전문적이고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또한 '한자 전문용어'의 대부분은 일본식 한자 표현의 잔재이다. 우리에게 상처를 줬던 일본의 잔재을 지키고 보장해야 한다니 '온고지신'의 그릇된 이해이다.



한상희 법학대학원 교수는 '법피아(법조 마피아) 라는 표현을 하였다. 가장 공정해야 하며 법을 최전선에서 다루는 기관이 불법의 아이콘인 '마피아'로 묘사되다니. 의료업계는 어떠한가 2025년 7월 기준, 의료 파업이 아직 진행중이며 국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나는 집단의 보수적 성향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집단의 발전을 위해선 진보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보자. 성경은 기원전 라틴어로 쓰여졌고 종교 집단의 보수적 성향으로 ’신성영역‘으로 여겨졌다. 그 후 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독일어로 번역되었으며, 현재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널리 퍼지고 발전했다. 이번엔 중세 프랑스로 가보자. 게르만법을 기반으로 지역별로 개별적이고 보수적이던 프랑스 법을 나폴레옹은 1804년 프랑스 법전을 제정함으로써 통일시켰고 근대 법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때때로 집단은 새로운 것을 개혁함으로써 발전한다.



집단의 정통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단의 발전을 위해서, 특히 ‘의료업계’와 ’법조업계‘ 같이 여러모로 거대한 집단의 발전은 곧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용어 개편과 같은 진보적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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