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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Aug 21.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바이 뉴욕, 안녕 미국!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벤치에 앉아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방향을 보며 승연이가 물었다.

 “응, 그렇지...아~~ 시간 너무 빠르... 되게 길다고 생각 했었는데...좀 더 있고 싶다.”기지개를 키며 아쉬움 가득 한 내가 말했다.

 “모로코로 간다고 했죠?”

 “응, 모로코에서 2주 정도 있을꺼야. 넌 모레 한국으로 돌아 간다고 했지?”

 “네, 진짜 시간 빠르다. 벌써 돌아갈 때네요.

 “좋겠다. 하루 더 있어서 ㅋㅋ.”

 “내일 공항까지 배웅 해 줄게요.”

 “됐어. 왔다 갔다 한참 걸리던데...너무 멀어.내심 반색하며 대답했다.


 동행의 동행으로 만나 어느 날부터인가 유일한 동행이 된 승연이와 동행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덕분에 너무 즐겁게 여행했다. 혼자였으면 이렇게 돌아다니지 못 했을꺼야.”

 “저도 오빠 덕에 즐거웠어요.”

 “와~ 뭔가 기분이 참 희한하구만...! 오늘 저녁엔 특별히 맛있는 거 먹자!”     


 마지막 밤을 준비했다. 그래도 역시 미국에 왔으니 스테이크 한 번은 제대로 먹어 줘야 겠다며 마지막 저녁은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대신 식당으로 가지 않고 직접 사다가 숙소에서 구워 먹기로 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한껏 활용다.      


 지난 번갔었던 숙소 근처의 마트로 갔다. 적당한 크기의 스테이크와 적당히 곁들일 음식들을 샀다.  전에 너무 맛있게 먹었던 맥주 Big wave 도 빠트리지 않고 챙겼다. 제법 만찬의 준비가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내가 할 것은 많이 없었다. 주로 승연이가 요리하고 준비했다. 나는 테이블이나 대충 치우고 그냥 진득허니 기다렸다. 이내 식욕을 일으키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이윽고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음식이 차려졌다.   

  

 “우와~~죽인다야!!”     


 우린 먼저 맥주를 잔에 따라 건배를 했다.      


 “짠~!  진짜 평생 못 잊을꺼다. 너무너무 고맙다!”

 “진짜 못 잊을 거예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기대도 못한 최고의 시간이었어!!”     


 맥주를 한 입 가득 꿀꺽 넘기고 스테이크를 한 점 썰어 입 안에 넣었다. 입 안 가득 미국이...뉴욕이...브루클린이 들어왔다. 툼함 고기를 질겅거리며 처음 샌프란시스코행 아시아나  비행기에 올라타면서 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떠올렸다. 걱정만 설레임반으로 도착했던 미국을 벌써 떠나게 되다니 시간이 야속했다. 샌프란시스코부터 거의 함께 했으니 승연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미리 연락하고 일정을 맞췄던  동행들과는 오히려 죄다 헤어졌는데 우연히 만난 승연이와는 마지막까지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신기한 우연이다. 인생은 알 수 없다. 계획했던 여행도 이렇게 알 수 없는데… . 고기와 함께 추억을 곱씹으며 아련하게 마지막 밤 안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어질어질해지고 머리는 몽롱해져갔고 이제는 익숙한 창 밖으로 지나가는 뉴욕 지하철의 소리와 불빛들이 희미해져갔다.  




 아침이 밝아 왔지만 모르는 척 하다 늦으막히 일어났다. 짐을 꾸렸다. 배낭을 꾸리는 건 익숙했다. 오늘 난 모로코로 떠난다. 줄곧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다 갑자기 혼자가 되려니 또 걱정인형이 되었다.   


 공항까지 배웅을 해준다고 한다. 고마우면서 미안하다.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자 이거 유심칩 며칠 남았어. 니 줄께.” 생색내며 내가 말했다.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한참의 시간을 기다려 나는 출국장을 향했다.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나갈때도 심사대에서는 질문이 많았다.     


 “모로코는 무슨 일로 가세요?”

 “여행이요.”

 “즐거운 여행 되세요.”

 “고맙습니다.”     


 나는 출국장을 나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승연이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높이 들어 크게 손을 저었다.      


 “안녕~~~~~~”     


 새삼 희한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가슴이 벅차면서도 허전하고 두근거림이 설레임 때문인지 걱정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세계인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내가 이제 어색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떠올랐다. 상승감을 느끼며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그날이 미국의 무슨 날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집집마다 작은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다.  불꽃놀이를 하늘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여기저기 귀여운 방울이 터지는 듯한 폭죽들을 내려다 보며 난 모로코로 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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