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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Aug 14.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자유의 여신상을 대면하다.

 인생에서 이 보다 더 할수 없는 식사를 마치고 마침내 그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 위해 방향을 잡았다.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내려 항구 같은 곳으로 다다랐다. 화면으로 볼때마다 물 위 어디쯤인가에 어중간하게 떠있는 것인가 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진짜 그런 것인지 여신상을 보려면 페리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방법이 있다고 하고 또 여신상이 서 있는 섬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여신상이 발을 적시며 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발 젖는 건 싫다. )

  

 섬으로 올라가면 여신상에 오를 수도 있다고 하던데 굳이 개미처럼 여신상에 오를 생각도 없었고(오르면 그 왕관 같은 거기까지 오르는 것인가??)가까이서 보는 것에 의미를 두지도 않았던 터라 페리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정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 만큼 또 유명한 관광지가 또 있을까...영화 속은 물론이고 오프닝이면 오프닝 포스터면 포스터에도 등장하고 아무튼 여기저기 장르 불문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순위 메기는 의미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겠나. 문자 그대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이 페리호가 엄청나게 큰 덕에 그 큰 구름을 한 번에 크게 한입씩 물어가며 사람들을 실어나른 덕에 기겁하며 걱정했던 것만큼 대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뉴욕에서 배를 탄다는 것만으로 재미있었다. 뭔가 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면 어디론가 훨훨 다시 떠나는 기분이 든다.


 저 멀리 몽당연필 만하게 그것이 보였다. 서서히 조금씩 다가 온다. 한쪽으로 배가 기울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만큼 한쪽 갑판으로 사람들이 죄다 나와 있다. 너무 너무 유명해서 보러 오긴 했지만 그만큼 간접적으로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표현법으로 너무 수차례 봤던 터인데다가 그다지 의미를 잘 모르는 나에겐 큰 감흥이 오지 않을 꺼라 생각하고 무심한 듯이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크게 다가오며 옆으로만 보이던 얼굴이 조금씩 나와 정면을 향해가는 여신상... 마침내 완벽하게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생각없던 나에게도 낯선 감과 느낌이 다가왔다.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 같으면서도 거대한 어떤 것이 느껴지는 듯 했다.


 ‘뭐지...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동상인데 내가 왜 이러지... 너무 유명한 것을 마주한 것에 대한 벅차오름인가...’     


 아직 그 정체와 근원을 받아 들이지 못한 느닷없는 감격과 흥분감에 당황하는 것도 찰나였다. 정면으로 대면한  순간은 지나고 다시 여신상은 왼쪽으로 고개와 몸을 틀며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아 이렇게 짧은 순간으로 만남은 끝이 나는 건가. 견우와 직녀만큼이나 아쉽구나... 야속하게 멀어져가는 여신상을 보며 내가 선택한 경로이지만 무던히도 아쉬워했다.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를 그 순간을 애석해하던 중 페리가 반대편 항구가 아닌 출발한 항구로 다시 유턴을 해서 돌아간다는 방송을 듣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설레었다.     


 하지만 유턴은 생각보다 큼지막한 반경으로 돌았고(하긴 배가 유턴을 하려면 그 만큼 크게 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반경 만큼 멀어진 여신상은 너무 멀어져서 얼굴을 판별하기도 어려웠다.


 ‘그래, 한번이면 족해. 두 번 이상 이어지면 처음의 감흥도 깎여 나갈지도 몰라.’라는 자위적인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뿌리치고 미련없이 바다위에서 보는 뉴욕의 도시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물 위에 떠서 보는 육지의 풍경은 참 서정적이다. 이제 곧 여기를 떠난 다 생각하니 더 그랬다. 처음 배를 탔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페리가 거대한 인파를 토해내고 가뿐해졌다. 선착장을 빠져나가 처음 눈에 보이는 벤치 위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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