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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Jul 24.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블리커 스트리트에서의 컵케익,낮술과 낮잠

 돌 다리 두들겨 가며 건너듯  지하철의 정차역에 각별히 유념하며 지하철을 타고 각종 거리, 거리를 접고 걸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나를 부른 곳은 유명한 컵케이크 집이 있는 곳이었다. 미국 드라마에도 나왔다고 한다.


 사치스럽게 무슨 컵케익이냐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 평생 컵케익을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었다. 조그마한 컵에 한입거리 밖에 안 될 케익이 장난치듯이 담겨 있었다. 여러가지 중 색깔이 가장 내 스타일인 벨벳 케익을 포함해 이왕 사치부리니 하나 더 해서 두 종류의 컵케이크를 샀다. 장난치듯 올려 놓은 거에 비해 장난아니게 비쌌지만 여기가 뉴욕이려니 했다. 소꿉놀이 같은 음식을 손에 쥐고 나와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여럿 앉아 있는 가게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의 벤치로 향했다.     


 이쁘고 조그만 게 먹기에 아까웠지만 폭신한 느낌이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 기분을 반전 시켜 주었다. 달긴 했지만 케익의 느낌과 맛이 황홀하다 할만 했다. ‘음식이 주는 행복감 이런 것이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작은 걸 손에 묻힐것도 없는데 손에 크림을 묻혀가며 마실나온 뉴요커처럼 동네 분위기에 눈을 돌려가며 앉아 있었다. 그곳에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행복했고 생의 희열이 느껴졌다. 한적한 동네의 평화로움과 입안을 가득채운 향. 생이 희희낙낙했다.


 벤치에 앉아 이리저리 눈길을 주며 여유를 부리다 일어섰다. 주위에 한국인들도 몇몇 보였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길이 좋아 보이는 곳으로 걸었다. 케익을 먹었던 작은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철조망이 둘러 쳐진 농구 코트가 보였다.


 “우와! 여기 진짜 완전 미국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 보면 나오는 길거리 농구하는 곳. 이야 진짜 미국 같다. 멋있다!”      


 여행지가 아닌 실제 삶의 현장에 나온 기분이 들고 화면에서나 보던 길거리 농구의 현장을 직접 보는 그 현장감이 좋았다.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농구 코트라니....와 동네 마음에 든다. 블리커 스트리트 잘 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멋진 곳을 보게 된 터라 기분이 좋았다. 역시 오늘의 기분도 날아갈 듯 하구나.


 조금 더 걷다가보니 길 모퉁이에 예쁘게 문을 열어 놓은 Bar가 보였다. 해피 타임이라 맥주가 좀 싸다고 했다. 들뜬 기분과 호기로운 여유로움이 술을 그리 잘 마시지도 않는 우리를 대낮에 맥주 앞으로 이끌었다. 

     

 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짧은 머리의 백인 바텐더에게 병맥주 한 병씩을 주문했다. 우리 말고도 한 남성이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오후의 갈증 덕분인지 맥주 한 병 거뜬히 넘어갔다. 뚝딱 마시고 bar를 나다. 거리고 나와 걸었다. 순식간에 들이킨 낮술의 임팩트는 생각보다 강했다. 아침에 그렇게 푹 쉬고 나온 터였지만 흥에 겨워 짧은 시간에 들이킨 맥주는 내 몸을 물에 푹 담궈 놓은 이불을 걸친 마냥 무겁게 만들었고 얼굴은 화창한 햇살과 크게 대비되도록 검붉게 변했다. 어마어마한 피로감을 느끼며 가장 가까이 보이는 벤치로 가 퍼질러 앉았다. ‘도저히 안되겠다. 한 숨 자야지.’ 다시 찾아오는 기면증과도 같은 견딜 수 없는 졸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벤치에 쓰러져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아아....눈을 떴다. ‘와 이게 웬일인가. 동네 벤치에서 대낮에 술에 취해 잠을 자다니...너무 현지인 같은 스웩이잖아.’ 기분이 좋았다. 개운하게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낯선 곳의 벤치에서 잠을 깨는 기분이 이렇게 좋다니...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큰 폭의 바이오 리듬의 변화의 여진을 느끼며 한동안 더 벤치에 앉아 쉬었다.


 “첼시 마켓으로 가요.” 비로소 알코올의 기운을 날려버린 승연이가 말했다.

 “좋아. 가자.” 기운을 차린 우리는 몸을 일으켜 첼시 마켓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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