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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Feb 06.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라스베가스에 입성하다.

 버스는 그 더운 길을 냉기로 가득 채운 채 대여섯시간 남짓 달렸고 라스베가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짐 칸에서 우리 짐을 받아 들고 오는 길에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었던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 후 라스베가스의 메인스트립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안내를 도와주는 분의 도움으로 버스표를 끊고 올라탔다. 과거에 사막이었던 곳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봐서 그런지 황량한 기운을 약간 느끼며 주변 경관에 감탄 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세상 좋아졌다 싶으며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며 감격한 마음으로 수신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에 듣는 아버지의 목소리인 데다 오전에 머나먼 타국에서 큰 사고 아닌 별일을 당하고 나서라 그러지 울컥했다. 밖에서 나 이런 일 당했다고 다 일러바치고 싶었지만 괜한 걱정만 붙여 드릴 것 같아 그만뒀다.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큰 위로와 응원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좀 따뜻해짐을 느끼며 이내 목적지인 메인 스트립에 들어왔고 주위를 잘 살펴 미리 예약해 둔 숙소 근처로 맞춰 내렸다.

     

 버스에서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와 두 발을 땅에 댄 순간 헙!! 난 흡사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형 드라이기 내지는 에어컨 실외기를 정통으로 마주하고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고온건조한 바람, 사막의 바람이 피부에 와 닿으면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커다란 레고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멋지게 지어진 커다란 호텔들이 죽 늘어서 있고 그 사이 세계 유명 건축물을 본떠 만들어 놓은 구조물이 만들어 내는 풍경안에 서 있으니 마치 커다란 레고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헬멧이라도 써야할 것 같은 그런...) 와~~~~ 이곳이 라스베가스인가! 뚜둔!!


 이 엄청난 사막 바람이 감싸고 도는 캐쥬얼한 풍경!! 멋진 곳이다. 촉각과 시각을 충만케하며 다가오는 라스베가스는 이 두 가지의 조합만으로도 굉장한 퓨젼 음식을 맛 본 듯한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와!!!! 진짜 와 보길 잘했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이런 희한한 동네는 처음이라는 꼴사나운 아우라를 온 눈으로 뿜어대며 예약한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았다. 라스베가스의 호텔은 평일에는 굉장히 저렴하다. 호텔에 묵으며 카지노를 하게 하는 게 이곳의 경제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이라고 들은 것 같다. 나 같은 뜨내기야 별 도움은 안 될 꺼지만 그 덕에 팔자에도 없는 호텔 숙박을 부담 없이 해 보게 되었으니 횡재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와서 보니 엄청 덩치도 크고 고급스러운 호텔이었다. 이런 호텔을 우리나라 모텔 수준의 가격으로 그것도 욕조까지 달린 방을...간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생각을 하니 벌써 즐거웠다. 즐거운 대기 시간을 기꺼이 기다려 방 열쇠를 받아 엘리베이터 있는 곳도 한참을 걸어가 방으로 올라갔다.     


 깔끔한 실내에 커다란 창이 있는 방에 욕조가 있는 널찍한 욕실! 게스트하우스를 다니다 이런 방에 오니 큰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았다. 창을 통해 보이는 다른 호텔들의 정경들이 멋졌다. 이야~ 쉬어가는 코스로구나~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라스베가스에서는 굵직한 주요 이벤트 일정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유명한 공연 중 하나를 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랜드캐년 투어였다. 라스베가스의 쇼는 3가지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 요즘 인기가 많다는 쇼를 보기로 이미 예매를 해두었다. 그리고 그랜드캐년 투어는 많이들 캠핑을 하며 직접 캐년으로 들어가서 며칠씩 둘러보고 온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시간도 없었던 데다가 고생길이 보이는 캠핑 투어는 피하기로 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일행 중 하나가 추천해주기도 했던 돈을 있는 대로 바르고 다니는 '헬기 투어!’ 를 미리 신청해 두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길에다 돈을 뿌리며 다닐 예정이었다. 역시 라스베가스는 어지간한 빗장 지갑인 나마저도 이렇게 만들었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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