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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Mar 20.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피해 보상 받지 못한 LA에서의 교통사고.

 Wendy`s 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간혹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았던 간판 색감이 아주 마음에 드는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식. 여긴 미국이니까 미국식 식사라고 여겨지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토스트와 파스타를 시키고 역시 미국에서는 코카콜라라며 콜라도 한 잔 마셨다.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주변 구경에 나섰다. 마냥 밖을 돌아다니기는 힘들어서 수시로 실내 가게 안을 들락날락거리며 공기 온냉욕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리저리 쏘다니며 미국에서 라면 한국에서 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기대심으로 미국 유명 브랜드 신발과 옷가게에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현대 사회는 내 예상보다 훨씬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나 보구나.'라고 생각하고 맨입만 다시고 나왔다. 결국 뭐하나 사지는 않고 둘러만 보다 더위에 지쳐 좀 쉬기로 했다.

 쉬는 김에 다시 보험사로 전화를 걸었다.


 “Oh, Mr.  How are you doing? I called yesterday.”

 “Sorry, I can not answer the call yesterday.”

 “blur blur blur....”


 영어 정규 교육 과정을 수료한 나는 전화상으로 첫인사 정도까지였다. 그 다음은 승연이가 전화를 받아서 통화를 했지만 전화상으로 회화는 승연이에게도 힘들었다. ‘왜 그래, 너 이렇지 않았잖아.’ 초조한 나의 마음이 타들어 갔다. 서로의 답답한 마음이 차올라가던 중 어지간히 답답했던지 그 쪽에서 한국어 통역을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고 했다고 한다. 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이야~ 역시 국제적인 보험사는 다르네. 진짜 다행이다. 하핫” 크게 한시름 놓은 기분으로 내가 말했다. 한국어 통역이 연결되었고 우리 몸 상태에 대한 간단한 물음 후 앞으로의 절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통화가 이어지며 한참을 듣고만 있던 승연이의 얼굴이 굳어지는 듯 해 보였다.     


 “뭐라는데? 응? 저쪽에서 뭐래?” 조바심이 난 내가 물었고

 “잠깐만요, 네. 네.” 안달내는 나를 손을 들어 제제하고 승연이는 전화기에 집중하며 연신 대답을 했다.

 “잠시만요... 오빠 여기서 말하기를 우리는 아무 보상을 못 받는대요.”

 “뭐라고?”


 설마 그럴리가 없다며 무슨 그런 황당한 얘기를 하나 싶어 믿기지 않아 이번엔 내가 전화를 연결 받아서 통화를 했다. 내가 영어를 공부한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 외국인이 말하는 듯한 어조로 또박또박 한국어를 구사하는 통역사는 사고 가해자가 대인 보험에 가입 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에 대한 보상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무슨 소리야. 대충 듣기로 맹장 수술비만 천 만원인 이 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의료비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병원을 가? 남일이라고 막말하네? 보상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병원을 가겠어? 이럴수가...자동차 사고를 내 놓고선 어떻게 이렇게 나몰라라 할 수가 있는 거지.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건가? 우리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가슴이 요동치며 오만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더 어떻게 불만을 제시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망연자실할 뿐 다른 어떤 반박을 할 말이 없었다. 우리나라였다면 여기저기 물어보거나 도움을 구해보기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눈 앞에 망망대해가 펼쳐 진 것 같았다. 더 이상 그 쪽이 해줄 말도 이 쪽이 할 말도 없으니 황당한 말투로 일단 상황을 알겠다고 대답했고 통역사도 꽤나 아주 상당히 유감스러움을 표시하며 전화를 끊었다.

     

 “머야 이거?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지?”

 “그냥 잊어요. 다행히 나도 오빠도 다친 데도 없고 내 코도 별 이상 없잖아요.”

 “그건 그런데 이건 좀 너무 하는 것 같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됐어요, 그냥 잊어 버려요.”

 “아, 이건 그냥 넘어 가면 안되는 건데 말이지...이거 어 한국의 위상이 걸린 문제 같은 그런거 아니야?이거 대사관이나 이런 데로라도 연락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됐어요 오빠, 그냥 아무일 없던 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그냥 잊어요.”     


 흥분한 나를 승연이가 달랬다. 대인 보험을 안 들어 놓았으니 보험사에서는 사실 책임이 없고 내가 직접 가해차량 운전자와 얘기를 나누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더 어찌할 방도도 없었다. 내가 화가 나면 종종 그러듯이 외마디 소리를 한번 질러 분노를 폭발시킨 후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에라이~ 역시 라스베가스는 카지노지. 카지노나 가자! 아오~ 날도 더운데 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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