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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Mar 06.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라스베가스 올드 타운

 저녁에는 올드 타운에서 동훈이를 만나기로 했다. 동훈이는 그랜드 캐년을 캠핑 투어로 돌아보기로 했다며 로스 엔젤레스에서 우리보다 하루 일찍 라스베가스로 떠났었다. 구석구석 그랜드 캐년을 들여다 본 사람의 소감은 어떨지 궁금했다. 버스를 타고 올드 타운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크기의 카우보이 모양의...저걸 간판이라고 해야하나 조형물이라고 해야하나...상점위에 앉아 있는 커다란 카우보이 인형 모양의 간판이 여기가 바로 진작부터 라스베가스였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와우 이게 머야. 진짜 내가 생각했던 미국이 여기 있었네.” 옛날 서부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미국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온 동훈이가 우릴 반겼다.      

 “야, 잘 갔다 왔나? 꽤 수척해진 것 같은데...얼굴도 좀 탄 것 같고..하핫!” 동훈이의 어깨를 가볍게 껴 안으며 내가 말했다.

 “엄청 힘들었어요. 사실 좀 후회할 정도예요.”

 “에이 그래도 그정도로 보고 올 만 하잖아. 고생은 했어도 그렇게 보는 게 더 값진 것 같다.”

 “그건 그래요. 형도 다녀왔어요?”

 “응, 헬기투어 했어. 돈지랄 했지 머. ”

 “우와~ 부럽다.”     


 그 동안 각자의 여정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올드 타운 거리로 들어서니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같은 히어로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들과 행위예술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펼치는 사람들, 아주 강렬한 노출 복장을 하고 있는 아저씨들, 날개를 단 미녀들 등 다양한 거리 예술가들이 넘쳐 났다. 인상적인 상점들의 간판들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여기 너무 멋지다. 동네 전체가 캐릭터 같은 분위기야.” 흥분한 내가 말했고 다른 아이들도 재미나고 이국적인 모습에 젖어 있는 듯 했다. 느릿느릿 걸으며 이리저리 눈을 움직이며 실컷 구경을 마친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길 가다가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는 나와 달리 한 번 가더라도 확실한 곳을 검색해서 가는 동훈이가 이미 한 식당을 알아와 추천해서 그곳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길을 따라 이어진 낙서 가득한 벽들과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오래된 철문마저 멋져 보였다.     


 저 멀리 기나긴 길 끝으로 보이는 해가 뉘였뉘였 넘어 가며 석양이 퍼지는 경관이 황홀했다. 동훈이가 찾은 식당은 한쪽 벽이 큰 창으로 열려있고 작은 네온사인 간판이 걸려있었다.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식사 중이었다. 큰 입이 매력적인 숏컷 머리의 백인 여성이 우리에게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역시나 친화력이 좋은 승연이는 자리를 안내 받고 주문하는 몇 마디 사이에 그 종업원과 다소 친해진 것 같았다. 수제 햄버거 하나씩과 맥주 하나씩을 주문했다.    

  

 “저 여자 엄청 멋있는 것 같애요.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멋져.” 원래 남에게 감탄을 잘하고 좋은 점을 잘 칭찬하는 승연이가 말했다.

 “맞아, 전형적인 미국 미녀 같애”

 “맞아맞아.” 나와 동훈이는 뜻을 같이 했다.


 주로 여행객들이 붐비던 식당을 많이 다녔던 터라 현지인들로 가득한 식당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색달랐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동훈이는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이리 저리 같이 여정을 보냈던 까닭인지 정든 친구를 어디론가 보내는 그런 기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시작된 일행들과의 만남과 이별의 반복. 처음 만날 때의 그 어색함부터 이별할 때의 서운함이 반복되었다. 모두가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지만 나의 경험상 그렇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어찌 보면 동훈이와는 한번 흩어졌다 다시 만나 그런지 반가움이 꽤 컸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셋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행중에서 만난 인연들 치곤 꽤 깊은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뜻밖의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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