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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Mar 18. 2021

첫째는 일곱 살

너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첫째는 지금 일곱 살이다.

벌써부터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첫째는 똑 부러지는 귀엽고 멋진 아이다.


하루는 나에게 와서 송이버섯이 비싸지 하며 물어보길래 "응 비싸지." 했더니 커서 버섯 가게를 차려서 버섯을 팔아야겠다 했다. 뭐든지 계산할 수 있는 최종 계산자가 되어 무엇이든 다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럼 세상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벌지 않겠느냐며.


요리를 잘하는 이모할머니를 보고는 피자집이랑 떡볶이집을 차려서 함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머지 일할 사람으로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자고도 했다. 그때 나는 정말 놀라서 이마를 턱 하고 쳤다.


손에 잡히는 건 다 팔아서 더 좋은 걸로 바꾸겠다고 하는 야무진 아이이기도 하다.

하루는 산책을 하다가 수정같이 생긴 걸 주웠는데 우리를 보고 활짝 웃으며 우리 가족은 이제 부자라고, 엄마, 아빠 갖고 싶은 걸 모두 말하라고 했다. 사업하는 외할머니와 살아서 그런지 사고파는 개념이 확실하다. 이걸 팔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거고 우리는 부자라며 흙을 툭툭 털어서 그때부터 며칠 동안 지니고 다녔다.


외할머니를 따라 교회를 갈 때가 있는데 교회에 가간식을 잔뜩 받아왔다. 그 간식을 먹지 않고 간직하고 길래 맛있게 먹지 왜 가져왔어하니 이걸 팔아서 어떤 좋은 걸로 바꿀까 .

 

받아온 간식  과자 속 개별 포장된 과자 하나 이나, 하리보 젤리 제일 작은 사이즈 같은 것 들었는데 그걸 보고도 팔 생각을 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정말 무엇이 되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운 첫째는 꿈도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모른다.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있으면 이 아이의 세계는 얼마나 넓고 광활할까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보아도 아이가 뿌린 마법가루로 가득한 세계에는 닿지 못해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우와"하고 탄식을 하게 된다.


첫째가 아주 어렸을 적에는 공룡이 되고 싶다고 했다.


상상력만큼이나 가능성이 무한한 첫째는 코로나를 고치는 의사가 되어 코로나로 죽는 사람이 한 명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군인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이제 군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전의 꿈을 잊어버리고 다른 꿈을 꾼 적은 있어도 이제 그게 되고 싶지 않다고 한 적은 없었기에 무슨 일이 있었나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에게 물어보자 정말 상상도 못 한 대답을 해서 우리는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친구 삼촌이 군대에 가면 일반 병사들을 잡아가서 합체를 시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했다. 그래서 군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조카를 놀리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걸 전해 듣고 겁을 잔뜩 먹은 것 같았다. 그 친구도 겁을 먹고 조용히 첫째에게 전해줬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도 자주 바뀐다.

제일 최근에는 3호차를 함께 타는 아이 중 한 명을 좋아하게 됐다.

아한 지 이틀 만에 용기 있게 고백을 했다.

그것도 너와 결혼하고 싶다 박력 있게.


여자아이는 이미 결혼할 아이가 있다고 했다.


거절을 당한 첫째는 여전히 해맑았다.

기가 죽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통통 튀는 첫째는 고백과 거절도 첫째 다웠다.


첫째와 함께 있다 보면 웃을 일이 너무 많다. 틀에 박힌 어른의 말과 행동은 하나도 없고 모든 말들이 창의적이고 예측불허다.


내 인생에게 가장 안정된 느낌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것도 우리 첫째였고,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감사가 가득한 일이라는 것 또한 첫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첫째는 내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고, 소중한 존재이고 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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