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작은 동그라미에
눈도 코도 입도 큼지막한 귀까지
모두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매일 자세히 들여다본다.
잠에서 깨고 나면
어제 처음 본 것처럼
또다시 새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널 들여다본다.
그런데 오늘,
그 작은데도 오뚝한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러나오지 뭐야.
손을 빠는 게
유일한 낙인 너인데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엄마 마음도
협곡처럼 이리저리 거칠게 휘어지고
가파르게 아픔이 이어지네.
차라리 내가 아프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내 코나 막혀버리지.
세게 안아 들면
바스러질까
조심히 안아 들고,
예쁘다고 토닥토닥
두드리는 것도
아까워서 잘 못하는 너인데.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코가 막히면
불편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옆으로 누워
겨우 잠든 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와.
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갈 때마다
내 마음도 철컹철컹 떨어진단다.
작은 인형같이 생겼지만
너는 사람이라서 곧 눈을 뜨겠지.
"응애"하고 울음을 터트릴지도 몰라.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둘레둘레
주변을 둘러보고
"응애"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전에
내가 네 곁에 먼저 와 있을게.
비록 코는 막혔지만
마음만은 불안함에 막히지 않게,
늘 너의 곁을 지킬게.
아가야.
어쩌면 생의 첫 코막힘이 찾아온 걸지도 몰라.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처음의 설렘은
다시는 겪어보지 못하는 설렘이야.
코가 막혀 숨 쉬는 게 힘든 일이
설레지는 않겠지만
어른들이 아기들은 아프고 나면
성장해있대.
너의 성장은 늘 설레는 일이야.
제대로 눈도 맞추지 못했던 네가
날 뚜렷이 쳐다보고
모빌에 눈을 맞추고,
목도 못 가누던 네가
이제 어깨에 팔을 끼워 세우면
다리에 힘을 주고 번쩍 서지 뭐야.
너의 성장은
번개보다 더 우렁차고
성난 파도가 몰려오는 것보다 더 놀라워.
너의 성장은
자연의 신비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워.
그래서 너의 성장이 늘 기다려지고 기대가되.
지금 같은 성장통에 고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너의 성장과정이 불안하지 않고 설렐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늘 그 곁에는 내가 지키고 있을게.
첫 등원을 하며 아직 떨어지는 게 낯설어 우는 네 곁에도,
운동회 이어달리기를 준비하며 출발선에 서있는 네 곁에도 늘 내가 있어줄게.
오늘도
코가 막혀
쌕쌕하는 네 곁에서
마음으로 더 안타까워하며
더 슬퍼하고
애가 닳아하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마렴. 내아가.
언제나 내가 곁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