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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Mar 24. 2021

인생 7개월 차의 코막힘.

이렇게나 작은 동그라미에

눈도 코도 입도 큼지막한 귀까지

모두 있는 게 너무 신기해서

매일 자세히 들여다본다.


잠에서 깨고 나면

어제 처음 본 것처럼

또다시 새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널 들여다본다.


그런데 오늘,

그 작은데도 오뚝한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러나오지 뭐야.


손을 빠는 게

유일한 낙인 너인데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엄마 마음도

협곡처럼 이리저리 거칠게 휘어지고

가파르게 아픔이 이어지네.


차라리 내가 아프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내 코나 막혀버리지.


세게 안아 들면

바스러질까

조심히 안아 들고,

예쁘다고 토닥토닥

두드리는 것도

아까워서 잘 못하는 너인데.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코가 막히면

불편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옆으로 누워

겨우 잠든 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와.


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갈 때마다

내 마음도 철컹철컹 떨어진단다.


작은 인형같이 생겼지만

너는 사람이라서 곧 눈을 뜨겠지.

"응애"하고 울음을 터트릴지도 몰라.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둘레둘레

주변을 둘러보고

"응애"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전에

내가 네 곁 먼저 와 있을게.


비록 코는 막혔지만

마음만은 불안함에 막히지 않게,

늘 너의 곁을 지킬게.


아가야.

어쩌면 생의 첫 코막힘이 찾아온 걸지도 몰라.

처음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처음의 설렘은

다시는 겪어보지 못하는 설렘이야.

코가 막혀 숨 쉬는 게 힘든 일이

설레지는 않겠지만

어른들이 아기들은 아프고 나면

성장해있대.

너의 성장 늘 설레는 일이야.


제대로 눈도 맞추지 못했던 네가

날 뚜렷이 쳐다보고

모빌에 눈을 맞추고,

목도 못 가누던 네가

이제 어깨에 팔을 끼워 세우면

다리에 힘을 주고 번쩍 서지 뭐야.


너의 성장은

번개보다 더 우렁차고

성난 파도가 몰려오는 것보다 더 놀라워.


너의 성장은

자연의 신비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워.


그래서 너의 성장이 늘 기다려지고 기대가되.


지금 같은 성장통에 고되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너의 성장과정이 불안하지 않고 설렐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늘  곁에는 내가 지키고 있을게.


첫 등원을 하며 아직 떨어지는 게 낯설어 우는 네 곁에도,

운동회 이어달리기를 준비하며 출발선에 서있는 네 곁에도 늘 내가 있어줄게.


오늘도

코가 막혀

쌕쌕하는 네 곁에서

마음으로 더 안타까워하며

더 슬퍼하고

애가 닳아하는

엄마가 곁에 있다는 걸 잊지 마렴. 내아가.


언제나 내가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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