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긁다와
다리를 긁다의 긁다.
같은 긁다인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다리가 간지러운데
벅벅 벅벅 긁으면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개운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바가지를 긁을 때는
일단 바가지를 긁히는 사람은 속이 상한다.
긁히는 사람은 속이 상해도,
긁는 사람은
그래도 말을 하지 않는 거보다는 속이 시원하지 않을까?
말을 하면 들을지도 모른다는 일망의 기대도 바가지를 긁으면서 할 테니까.
근데 차를 긁다로
긁다가 옮겨가면
많이 난감해진다.
이건 차를 긁은 사람도
긁힌 사람도
어느 한쪽도 시원하질 않다.
속만 상할 뿐이다.
그래서 긁는 건
모두 좋으려면
자기껄 긁을 때뿐이다.
긁는다는 말을 사용할 때
앞으로 내 거만 시원하게 긁어야겠다.
그러다 카드 폭탄 맞으면
마음이 시원하게 긁히겠지.
한글은
정말
한 단어에도
뜻이 무궁무진해서
위대한 언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긁다 하나라도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