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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pr 03. 2021

잘려나간 손톱은 한 때는 내 몸 그 자체였다

손톱은 한 때 내 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갈 때
잘못 잘라 조금이라도 깊게 파이면
쓰라림이 말로 못할 만큼 고통스럽다.
그때, 손톱이 내 몸 그 자체였던 걸 더 실감하게 된다.

그러다 길어진 손톱은 이제 더 이상
내 몸으로 있을 수 없다.
자라나 온 손톱만큼 잘려나가야 한다.

사람도 그랬던 거 같다.
시기마다

내 몸처럼 붙어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 있었었다.
그때는 그 사람이

내 하루의 전부일만큼,
많은 생각을 공유했으며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와

박혀있었다.
시기마다 그랬던 이가 달랐을 뿐이다.

손톱처럼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잘려나가고를 반복하며
시간이 흘렀다.

손톱을 보면 영양을 알 수 있듯이
날보며 알 수 있었다.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내 영혼을 살찌고 있었다는 걸.
그들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고,
그 시기를

방황하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었는 걸.

잘려나간 손톱은
한 때는 내 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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