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정리함과 유아매트가 들어온 날 나는 우리 집을 보고 이제 좀 아이 키우는 집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째 때 쓰던 매트는 첫째가 커가는 시간과 함께 오염되고 바래져 갖다 버린 지 오래였다.
첫째는 더 이상 걷다가 넘어질 일도 구르다가 머리가 박을 일도 없이니 유아매트 같은 거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매트가 거실에 깔리자 내 마음에도 살랑하고 봄꽃이 얹어졌다.
나는 신이 나서 봄 꽃잎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를 안아 들고 매트 위에서 걸어 다녔다. 크림색 매트가 구름이라도 돼서 딛고 있으면 움푹 패이 기라도 할까 봐 금세 발을 옮겨가면서도 조심스럽게 매트를 밟아댔다.
아무리 반복해도 지겹지가 않았다.
돈이 좀 든다지만 왜 이제야 샀을까 싶을 만큼 매트도 장난감 정리함도 좋았다.
유아매트나 원목으로 된 장난감 정리함 같은 건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거라 몇 날 며칠을 꼼꼼히 살펴보고 따져보다 겨우 사기로 마음먹었었다.
거실에 깔려있는 매트와 거실 한 벽면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장난감 정리함을 보며 돈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런데 더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니 내가 좋다고 느낀 건 돈이 아니었다.
내가 진정으로 좋다고 생각한 건,
아이들을 생각하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걸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필요한 걸 정하고 난 후에도 정성 들여 고르던 우리.
그 시간 속 우리가 좋았다.
공교롭게도 나는 매트를 신랑은 장난감 정리함을 산 터라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돈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어도 꼭 써야 할 때 쓰지 않으면 돈이 좋은 지 모르는데 꼭 필요한 곳에 쓰고 나니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것도 내 목숨보다도 소중하고, 어떤 걸 줘도 아깝지 않을 이들을 위해 써서 더 뿌듯하고 행복했다.
우리 첫째가 이제 더는 딱딱한 바닥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았고 마음껏 푹신한 유아매트 위에서 뒹굴어도 된다는 게 좋았다.
이 곳에서 둘째도 마음껏 기어 다닐 테고 언젠가는 일어서려다 넘어지겠지. 마침내는 걷기 연습까지 하게 되겠지. 그 순간들도 떠올리니 뿌듯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첫째가 이렇게 좋아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매트를 보고 좋아해 줬다.
그것만으로도 사기를 참 잘했다고 느꼈다.
장난감 정리함은 또 어떤지!
여기저기 수북이 쌓여있고 굴러다니던 장난감이 정리함의 서랍마다 분류되어 들어가니 십 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진작 살 걸.
신랑이 옳은 걸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감이 분류별로 나뉘어 들어가니 아이들이 찾아 쓰기도 쉽고 장난감들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아 같은 공간이라도 훨씬 넓고 깔끔해 보였다. 앞으로 더 청소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착한 마음도 먹게 됐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유아매트와 장난감 정리함 덕분에 우리 집이 아예 새집이 된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건 늘 설레고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고, 의지도 갖게 돼서 일석이조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한테 쓸 때보다 아이들을 위해 쓸 때가 참 좋다.
아이들은 절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내게 귀하고 소중한 존재여서 어떤 걸 줘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엄마, 아빠가 일하고 열심히 살아서 필요한 거 다 사줄 테니까 티 없이 밝고 행복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건강하고 마음의 양분이 많은 아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