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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pr 15. 2021

매일 업어줄 걸 그랬어

8개월 된 둘째는 늘 내 품에 안겨있거나 등에 업혀있다.


그 모습을 보고 첫째가 우는 소리를 내며 그곳은 내 자리라고 저리 비켜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안다.


첫째가 그 모습을 수 없이 보다가 한 번씩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을.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는 온전히 내 품도 내 등도 첫째 아이의 것이었는데 이제 자신이 온전히 가질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포기당하고, 또 포기당하고를 반복했을까.


그래서 요즘 첫째가 안쓰럽다.


바닥에서 바로 첫째를 업고는 일어날 수도 없을 만큼 첫째가 커버려서

소파에 서서 대기하고 있는 첫째를 겨우 업어 든다.

첫째는 내 등에 타고 찰싹 붙어서 "엄마,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라고 말한다.


나도 첫째 아이를 업어 주는 게 너무 행복한데

소파에서 엎어 올려도 오래 업고 있을 수가 없다.

이제 내가 업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만큼 첫째가 작지 않아서이다. 첫째가 언제 이만큼 커버렸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매일 널 업어 줬을 텐데.

첫째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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