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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pr 13. 2021

우포늪에서 봄을 거닐다

바라보는 모든 곳에 봄이 피었다.

사진을 잘 모르는 내게 파노라마 기능을 쓰게 만드는 풍경.

눈을 떠도 아름답고 눈을 감고 서있어도 아름다운 그곳.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잔잔한 자연소리와 함께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전해진다.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다.

나는 고즈넉한 을 좋아하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하는데 우포늪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맞춤형 공간이다. 이 곳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하늘이 담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고민거리가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돼버린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포근해진다.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우포늪에 핀 꽃도 봄도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까.

이 계절에 내가 이 곳에 있어서 다행이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 마음에도 노란 꽃이 피었다.

새순이 돋아나는 나무들은 하늘로 뻗어가는 걸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용맹하다.

세월을 잊은 듯,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 낸 이곳은 지상낙원이다.

초록이라고 다 같은 초록이겠냐고 나무가 묻는다. 늪에서 자라는 풀이 묻는다.

같은 봄을 맞아도 전혀 다른 초록을 품은 나무와 풀들이 서로 앞다투어 피어난다.

잠시 머물다 갈 봄이지만 정말 활짝 피어난다.

어나는 모든 것들 생명 그 자체이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새순이 솟아오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새순이 다정히 속삭인다.

한 번은 이 곳에서 웅크려 앉아 20분을 내리 잔잔한 물결 하나 없는 이 늪을 바라다본 적이 있다. 새가 날아다니는 소리,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 잎들이 펄럭이는 소리, 물고기가 튀어올라 만들어낸 물보라 소리까지 평소에는 귀 기울여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앞다투어 귓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쉽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나날들에서 잠시 벗어나 맛보는 호사였다.

지금도 그 소리들이 내 귓가에 노래처럼 머무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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