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도 아름답고 눈을 감고 서있어도 아름다운 그곳.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으면 잔잔한 자연소리와 함께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전해진다.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이다.
나는 고즈넉한 것을 좋아하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좋아하는데우포늪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맞춤형 공간이다. 이 곳에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하늘이 담긴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고민거리가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돼버린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포근해진다.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우포늪에 핀 꽃도 봄도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까.
이 계절에 내가 이 곳에 있어서 다행이다.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 마음에도 노란 꽃이 피었다.
새순이 돋아나는 나무들은 하늘로 뻗어가는 걸 멈추지 않을 모양이다. 용맹하다.
세월을 잊은 듯,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 낸 이곳은 지상낙원이다.
초록이라고 다 같은 초록이겠냐고 나무가 묻는다. 늪에서 자라는 풀이 묻는다.
같은 봄을 맞아도 전혀 다른 초록을 품은 나무와 풀들이 서로 앞다투어 피어난다.
잠시 머물다 갈 봄이지만 정말 활짝 피어난다.
피어나는 모든 것들은 생명 그 자체이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도 새순이 솟아오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새순이 다정히 속삭인다.
한 번은 이 곳에서 웅크려 앉아 20분을 내리 잔잔한 물결 하나 없는 이 늪을 바라다본 적이 있다. 새가 날아다니는 소리,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소리, 잎들이 펄럭이는 소리, 물고기가 튀어올라 만들어낸 물보라 소리까지 평소에는 귀 기울여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앞다투어 귓속으로 빨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