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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May 19. 2021

아이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삶.

아이가 태어나고 흥 텐션은 언제 어디서든 폭발할 수 있. 아이와 함께 있는 그곳이 무대가 되고 삶 자체가 무대로 바뀐다.


나는 원래 흥이 많은 사람이었다.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쉽게 흥을 드러내고 즐겼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든 느린 템포의 음악이든 음악에 상관없이 몸을 흔들었다. 신랑이나 부모님 앞에서는 방정 춤도 자주 쳤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아이가 있기 전에 나는 밖에서 흥을 표출하는 데 있어서 다소 소심한 사람이었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 의식하며 애써 흥을 누르거나 속으로만 따라 부르며 둠짓둠짓하려는 날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가도 너무 신이 날 때는 모기소리만큼 작은 소리로 겨우 목소리를 내 흥얼거렸다.


그건 습관처럼 굳어져서 노래방이나 놀아도 되는 자리에 가서도 쉽사리 나를 내려놓을 수 없게 됐다.

그러면 때로는 집으로 돌아와 그 일이 후회로 남기도 했다. 누구보다 신나게 놀 수 있는 내가 왜 못 노는 거지 하고 말이다.


나는 외국의 춤과 노래가 자유로운 문화가 부러웠다. 결혼식에서 흥겹게 춤을 추고, 별 일 아닌 날에도 언제든 일어나 춤을 출 수 있는 그 문화가 부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가 내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기 때문이다.


아이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리고 그 감정표현을 말로든 행동으로든 어른인 나보다 더 유연하게 해낸다.


흥이 많은 건 숨기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조신하지가 않은데 밖에서는 대체로 그런 척을 하고 사느라 지쳤었는데 아이는 언제나 내 모습 그대로를 알아봐 주고 예쁘다고 해주고 좋아해 줬다.


하루는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노래의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초라는 가사를 듣고 아이는 너무 재밌었나 보다. 몇 번을 이거 엄마 어렸을 때 듣던 노래야? 유행하던 노래야 하며 틀어달라고 했다.


그걸 흥겹게 따라 부르다 치킨 치킨 초코초코초코초코 줘라고 개사를 하며 서로를 보고 깔깔 웃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아이에게 조심히 가라고 잔소리 대신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하며 리듬을  타면 아이는 어느새 오른 똥 왼 똥 오른 똥 왼 똥 하며 단어 하나를 슬쩍 바꾼다.

  

나는 매우 즐거운 듯이 그 개사에 호응을 하고 아이는 신이 나서 계단 내려가는 일에 집중을 하면서도 어느새 놀이가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길가를 걷다가도 첫째야 엄만 첫쨀사랑해하고 노래를 시작하면 사랑해하며 노래 중간중간에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쿵짝쿵짝이 잘 맞아 우리는 걸어 다니는 주크박스가 되었다.


아이스크림 맛있어서. 여기까지만 불러도 아이가 하나 먹고 두 개 먹고 하며 그 뒤를 이어 가고 또 함께 합창하며 우리는 어느새 최상의 콤비가 되었다.


옥상에서 자두 노래를 틀어놓고 새콤하게 자 달콤하게 두하며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면 체면 같은 건 어느새 바람과 함께 가벼워다 연기처럼 사라진다. 수증기처럼 아이와 내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내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아이가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10개월  이 다 된 둘째도 언제부턴가 노래가 나오면 앉아서느 덩실덩실하고 누워서는 한쪽 다리로 바닥을 치며 리듬을 탄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추고 웃을 수 있는 시간들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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