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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Jun 21. 2021

2회 차 주말부부. 그래. 날씨도 더운데 떨어져 살아.

가자! 주말부부의 세계로.

얼마 전, 

1년 간 주말부부면서 느낀 감정들에 관한 연재를 막 시작었다. 


그런데 2편 미처 풀어놓기 전에 덜컥 예기치 못한 2회 차 주말부부를 하게 됐다.


인생 2회 차 주말부부는 어떤 느낌일까? 또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당사자지만 궁금한 게 많은 나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우리에게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주말부부 2회 차가 1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장장 5개월 걸쳐 회사에서 하게 될 프로젝트 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랑이 하게 될 프로젝트는 정상적인 업무시간이 끝나고야 시작된다. 6시 퇴근 후부터 리셋돼서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일은 밤 11시에서 늦으면 새벽 한 시까지 매일 회사에 붙어 있어야 는 초고강도의 일이다.


11~1시 사이에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됐을 그에게 다시 1시간 30 거리를 운전해 집으로 오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이 직업을 가지고 몇 번의 프로젝트를 더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분야에서 사회 초년생에 가까운 그에게 같은 팀원이 돼서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은 거절하기 힘든 기회다. 사실은 돈을 주고서도 배우지 못할 것들을 돈을 받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이.


나는 결국 이번에도 그의 발목을 잡는 대신 그를 보내줄 각오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솔직히 주말부부로 사는 게 싫다.

매일 봐도 아쉬운데 그와 5개월을 떨어져 살아야 하다니. 자신이 없다.


11개월, 7살 형제를 키우며 하게 될 주말부부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슬퍼졌다 외로워졌다 답답해진다. 러다 신랑과 아이들을 보며 여러 번 마음을 다잡는다. 요즘 나는 그걸 반복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쉽게 단 게 당기고, 눈물이 고이기도 하며, 그에게 치대 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2회 차 주말부부인데도 불구하고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주말부부가 확실히 정해지니 날씨는 여름같이 더운데 마음속 볕 들지 않는 겨울 길목처럼 스산한 바람이 휑하고 지나다.


내가 과연 신랑 없이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가 아이 둘을 신랑 없이 지금처럼 잘 돌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 불안이 었다. 


때론 그 불안이 공포가 되어 나를 짓눌렀다.


그렇지만 그 말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었다.


부모님은 이미 자식 걱정에 늘 준비가 되신 분들이니 말할 수 없었고, 신랑에게는 어차피 주말부부가 확정이 나서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인데 가기 전부터 힘을 빼고 싶지 않아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보호자인데 불안한 모습조차 들킬 수 없다.


하나만 생각해도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를 재우는 건 신랑 몫이 었는데 이제는 어떡하지...


둘째는 새벽이 돼야 잠을 자는 아기이고 첫째는 요즘 한두 시간을 내리 불을 끄고 곁에 있어줘야 겨우 잠이 드는데 이제 나 어떡하면 좋지. 


아마 한 시간 정도 칭얼대는 둘째를 등에 업고 첫째를 재우기 위해 어둑하게 해 놓은 방을 걸어 다니겠지. 걸어 다닐 때마다 나는 나무 삐걱대는 소리에도 온 신경이 곤두서 있을 첫째를 달래 겨우 재워야겠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말부부 생활이지만 어쩌면 1년의 주말부부 할 때보다 더 열악하다. 그때 내 곁에는 다섯 살짜리 첫째 하나였지만 지금은 7살 첫째에 11개월 둘째까지.


둘 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낙지 같은 체력의 소유자들이라 더 두렵다. 더군다나 둘째는 아직 통잠을 모른다.


그래서 "그래. 날씨도 더운데 떨어져 살아."라고 쿨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도무지 그런 패기와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다.




근데 그렇다고 그 생각에 머물러만 있을 내가 아니다. 그러면 주말부부 2회 차가 아니지.

2회 차에는 분명 2회 차만의 저력이 있다. 이제는  저력을 보여줄 때다.


주말부부를 했을 때 장점을 나열해 았다. 처음 주말부부를 했을 때도 이 방법은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질 때마다 내가 스스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줬다.


우선 신랑 안 기다리고 밥 일찍 먹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왕복 세 시간 고속도로로 출퇴근을 하는데 오며 가며 아무 일이 없기를 빌지 않아도 돼서 오히려 잘 됐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다이어트에도 파란불이 켜질 것이다. 육아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려고 해도 함께 먹을 상대가 없으면 먹는 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육퇴 후 밤이면 함께 뜻을 모아 야식을 시켜먹을 사람이 없어 그토록 원했던 다이어트가 절로 될 것이다. 그와 만날 때마다 더 가벼워진 채로 혈색 더 좋아진 채로 만난다면 그도 나도 만남을 기다리는 동안 목표가 생겨 덜 고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질 거다. 신랑도 함께 돌본다는 생각에 신랑에게 일정 부분 의지하는 게 있었다. 그래서 그 부분은 혼자서는 엄두를 못 냈었다면 이제는 씩씩하게 뭐든 혼자서 척척 해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체력이 떨어지지 않게 운동도 하고 건강식품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럼 마음은 단단해지고 몸은 튼튼해지겠지.


글도 원 없이 쓸 수 있다. 육퇴 후 신랑과 눈을 맞추며 대화를 할 때 글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글감이라는 게 떠오를 때 기록해놓지 않으며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거라 열심히 적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면 곁에 있는 신랑이 신경 쓰인다.


신랑이 잘 참아주다 가끔씩 본인을 앞에 두고 글만 쓴다고 투정을 부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육퇴 후 시간은 온전히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되므로 글을 써도 된다. 글만 써도 된다. 낮에는 아이를 케어하느라 밤에는 신랑과 하루 중 있었던 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느라 글을 쓰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원 없이  봐야겠다.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뭐든 좋게 좋게 생각하면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당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데. 당신이 당신의 커리어를 더 쌓을 수 있다는데 당신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며 가장 가까운 내가 격하게 응원해  것이다.


독박 육아의 고충을 토로하고 불만을 표출할 시간에 그에게 끼니는 잘 챙겨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를 물어볼 것이다.


곁에 없지만 여전히 그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낄 수 있게 그를 대할 것이다.


내가 육아를 하는 동안 그도 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 아이 둘을 보는 게 쉽지 않겠지만, 또 어려울 것도 없다.


주말부부로 살게 되는 나날을 어떻게 보내는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렸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매 순간 느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계산 없이 사랑하고."


나도 그래 볼 작정이다.


주말부부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잃을 것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니, 내가 없게 만들 것이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걸 매일 깨닫고 감사할 것이다.


잠시의 떨어져 있음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영원히 당신을 못 본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숨이 멎 거 같은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다시 만나 서로를 바라보고 만질 수 있다는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주말부부를 하며 힘이 들 때면 꼭 이걸 기억할 것이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간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갔다는 걸. 그가 어디 놀러를 간 게 아니고 일하러 갔다는 걸.


그는 늘 언제나 우리를 걱정하고 있을 거란 걸. 우리가 잘 있을지 떠올리고 우리가 있는 이 집을 그리워할 거라는 걸.


가장 외롭고 힘든 건 그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곁에 없는 그를  순간이라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걸.


내게 주말부부란 그를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다. 그의 고단함을 더욱 이해하고 그를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이다.


주말부부는 내게 그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일주일 후 나는 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그의 앞에서 웃으며 말할 것이다.


"잘됐어. 우리 날씨도 더운데 떨어져서 살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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