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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ug 13. 2021

복숭이는 형아 동생이어서 좋겠다.

선뜻 내어주기 힘든 옆자리였을텐데.

6살 때 네게 동생이란 게 생겼지.


처음 동생이 집에 왔을 때 누구보다 가까이서 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예뻐한 너.


목을 못 가누니 안아보려고 하는 네게 안겨주지 못했는데 그걸 보고 왜 다른 사람은 다 안는데 나만 못 안게 하냐고 속상해서 울던 너.


유치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집에 아기 있다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부터 씻고 나오던 너.


아침에 깨면 동생과 내가 자는 방에 와서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보다 동생이 먼저 깨어 칭얼대고 있으면 다정하게 달래주는 너.

아주 어렸을 적엔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노래가 오는 모빌을 켜주고

조금 자란 후에는

함께 아기침대에 들어가서 놀아주기도 하고, 동생이 좋아하는 까꿍도 해주고.

곁을 지키며 놀라지 않게 계속 말을 시켜주던 자상한 너.


동생이 네 장난감을 만지고 놀더라도 10에 8번은 그냥 놀게 두고 네가 정말 정말 아끼는 거거나 지금 가지고 놀고 싶은 거면 손에서 확 뺏들지 않고 꼭 다른 장난감을 가져와서 바꾸고 난 후에야 장난감을 가져가는 사려 깊은 너.


동생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네가 하고 있는 곳으로 돌진해 뭐든 자기도 해보겠다고 훼방을 놓으면 때리거나 해코지하지 않고 있는 힘껏 동생을 들어서 저 멀리 떨어뜨려 놓는 너.


그래도 지치지 않고 네게 다다다닥 기어 와서 네가 하는 일을 훼방 놓을 때면 어른인 나였어도 굉장히 속상하고 귀찮을 것 같은데도 하지 마라고 몸으로 막아가며 하던 걸 하는 너.


내 속에서 어떻게 너같이 귀한 아이가 나왔을까.

내가 널 가졌을 때 어떤 생각들을 했길래 너처럼 마음결이 고운 아이를 낳을 수 있었을까.


동생의 기저귀도 척척 갖다 주고, 수유 쿠션도 가져와 내 허리에 턱 하고 끼워주고, 동생이 문을 갖고 놀다가 손가락이 끼일까 봐 동생을 들어 문에서 떼어놓고 말없이 문을 닫아주는 네가 정말 7살밖에 되지 않은 거 맞니?


동생처럼 나도 안길 거라고 여기는 내 자리라며 동생을 밀쳐내도 얼마든지 밀쳐낼 힘이 될 텐데도 안기고 싶다고 할 때 내가 한쪽씩 앉자고 하면 수긍하고 내 다리 한쪽만으로도 만족하는 너.


이제 한글을 떼어서 책을 보며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많아진 너는 네가 좋아하는 책을 보며 동생에게 설명해주는 너.


카시트를 타고 목이 찢어져라, 차가 날아가도록 동생이 우는데도 어른인 우리와 함께 참고 참다가 손바닥을 귀에 대었다 떼었다 하며 "엄마, 이렇게 해봐. 그럼 엄청 웃기게 들린다." 하며 동생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슬기롭게 그 시간을 보내는 너.


그러다 겨우 아기가 잠들면 깰 까 봐서 소곤소곤 말해주는 너.


담임 선생님한테 머리를 묶어달래서 위로 삐삐처럼 이틀을 묶어 온 귀여운 너. 


찐이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를 구수하게 부르고, 쌈바댄스라며 털기춤을 잘 추는 너.


요즘 위인전을 즐겨 듣는 너는 하루는 내게 와서 커서 위인이 되겠다고 말했지. 위인이 돼서 엄마 소원을 이루어 줄 거라면 서 말이야. 목숨을 바처서라도 엄마의 꿈을 이루어줄 거야 하고 말했지. 그걸 듣고 있던 신랑이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하니까 아 그거? 가족이 좋다는 걸 이제 깨달았으니까 하고 대답지.


머릿속이, 마음속이 너무 광활해서 때로는 속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참 곱고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는 건 알 수 있는 너.


나는 아마 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가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를 몰랐을 거야. 


행복이란 게 이렇게 큰지도 몰랐을 거야.


무엇보다 나한테 이만큼 귀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라는 걸 작도 못했을 거야.


오늘도 너로 인해 마가 될 수 있었어.


너로 인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한 게 많아.


너는 복숭이에게 누구보다 든든하고 좋은 형아이기 전에 언제나 엄마의 사랑스럽고 귀한 아들이는 걸 기억해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마의 하나뿐인 첫째 아들이라는 것도.


정말 사랑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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