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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ug 19. 2021

이미 잠들어버린 네게 닿지 못한 말.

깨어있을 때 많이 해줄게.

우리 집에는 3대가 같이 산다.


주말부부 후, 연수원 일로 바빠 엄마가 집에 없을 때면 첫째를 재울 때 내가 곁에 있어주질 못한다.


아빠가 집에 함께 있지만 정비공장을 하고 있는 아빠는 하루 종일 땡볕에서 일을 하시느라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그래서 첫째를 재우는 동안 둘째를 봐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아주 잠시 동안만 아빠에게 둘째를 맡기고 첫째에게 인사를 하고 동화를 틀어주고 나온다.


어제는 엄마가 없는 날이다. 여느 날처럼 아빠에게 둘째를 잠시 맡기고 첫째를 재우러 들어왔다.


자기  우리는 언제나처럼 달콤한 인사를 나눴다. 하루의 마지막이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속에 있는 말들이 술술 나는 시간이다.


서로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까지 아낌없이 말과 스킨십으로 표현한다. 


인사를 여러 번 끝낸 후였다.

그래도 아이는 잘 기색이 없었다.


어제 첫째가 밤 12시에 깨서 2시까지 곁에 있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오늘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 엄마도 이렇게 피곤한데 우리 복덩이는 얼마나 피곤하겠냐며 얼른 자라고 꺼낸 얘기 었다.


곁에 오랫동안 있어줄 수 없기에 마음이 급해져서 하는 말이기도 했다. 첫째가 잠든 후에 둘째를 보러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때면 늘 첫째가 안쓰러웠다.


그런데 내 말의 의도와 달리 그 어린 게 자신 때문에 엄마가 피곤하다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우는 소리도 내지 않고 베개에 고개를 파묻고 울고 있어서 처음에는 우는지도 몰랐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온 힘을 다해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갑자기 아빠와 매일 같이 잘 때가 좋았다며 "아빠, 아빠"하고 서럽게 아빠를 부르며 울었다. 잠자리에서 아빠를 찾으며 우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오늘만이라도 잠들 때까지 온전히 첫째의 곁을 지켜주고 싶어 칭얼대는 둘째를 업고서 잘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했다.


아이는 내게 울면서 간절함을 담아 말했다.


"엄마, 그러지 마. 엄마 너무 힘들잖아. 엄마가 힘들면 안 돼."하고 말이다.


당장에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건 자신이면서 아이는 왜 내 힘듦을 보는 걸까.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애써 누르며 아이의 울음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손바닥이 닿는 대로 아이의 얼굴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의 슬픔이 닳아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한껏 밝은 목소리로

"복덩아. 엄마 사실은 하나도 안 힘들어. 엄마 진짜 하나도 안 힘들어. 피곤하지도 않고 힘도 많아."하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 엄마 일부로 나 걱정하지 마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나 다 알아."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신랑과 주말부부가 되고 나서 아이는 부쩍 어른스러운 말을 많이 했다.


아이에게 나는 호칭부터 바뀌어 있었다. 우리 아기 아니면 우리 아구 것이다. 사실 그건 내가 아이를 부를 때 늘 쓰던 말이었다.


아이는 이제 내가 챙겨줘야 할 만큼 안쓰럽다고 느낀 건지, 아니면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느낀 건지 알뜰살뜰하게 날 돌보고 다정하게 살며 날 그렇게 불렀다.


한 날은 평소에 위인이 되고 싶다던 아이에게 자기 전 "우리 복덩이는 꼭 위인이 될 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아이는 

"아니야. 엄마 나는 엄마만 행복하면 돼. 엄마가 위인이 될 거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위인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행복하면 된다는 아이 앞에서 나는 마음이 벅차오르고 따뜻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살이면 7살 답게 생각하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티브이로 유튜브를 하러 허락을 맡을 때면 내게 엎드리라고 하고 그 위에 똑같이 엎드려 다리를 물장구치듯 움직인다. 그렇게 내 종아리를 풀어주는데 그게 정말 시원하다. 그냥 보여달래도 보여주는데 아이는 꼭 그 방법을 택한다. 아마 평소에 신랑이 내 팔, 다리를 잘 주물러주는데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그렇게라도 채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거 해주고, 먹고 싶은 거 챙겨주고 먹여주는데 복덩이의 마음속에는 어느새부터인가 애어른이 들어가 있다.


부끄럽지만 2주 연속 신랑과 나는 무슨 일인지 토요일이면 정말 별 것 아닌 일들로 삐걱거렸다. 못 만난 시간 회포를 풀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도 이상하게도 그렇게 삐걱거렸다. 그러다 보니 얘기를 하다 서러움이 북받쳐올라 울기도 했다.


가장 구석에 있는 방에서 문을 닫고 아이들 모르게 작게 말다툼을 하다 울고 있었는데 첫째가 그걸 들었나 보다.


그날 저녁 진작에 화해를 하고 드라이브를 가는 차 안이었다. 첫째가 우리가 오늘 싸운 얘기를 꺼낸 것이다.


"오늘 싸워서 엄마 운 거 나 다 알고 있어."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절대 울지 않았다고 잡아떼 버렸다. 하지만 만만한 첫째가 아니었다.


동생이 우리가 있던 방으로 기어 오는 걸 말다툼 소리도 우는 소리도 들려 안아 데리고 갔다고 했다.


"우리가 모르척 해주자"하면서 말이다. 황이 명백했지만 나는 끝까지 울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첫째는 첫째가 해야 할 말을 했다. "아휴. 여설 살 때도 싸우더니 또 그런다 또. 좀 친하게 지내. 싸우지 말고."하고 말이다.


그때 나는 더 이상 우리의 싸움도 나의 울음도 숨기는 게 무의미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에게 정중하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절대로 싸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러고도 아이의 잔소리는 조금 더 이어졌다. 내가 싸우는 거 봤냐면서 가족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거라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아이에게 사과를 했던 신랑과 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싸운 게 겸연쩍기도 하고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해서 쿡쿡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괜스래 겁이 나서 누가 물으면 엄마,아빠 싸운 얘기 절대 하면 안돼하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걱정말라며 알겠다고 했다.


너무 자신만만한 아이의 표정에 뭐라고 대답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엄마,아빠 싸우냐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다.

"몰라도 되요."


우리는 대답을 듣고 포복절도 했다.


우리 아이이면서 어른을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잠자리에서 첫째 곁에 있어주지 못한 날 한참 후 둘째를 재우고서라도 잠든 아이의 곁에 가서 아이를 꼭 끌어안는다.


엄마가 복덩이 곁에 너무너무 있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고 얘기를 해준다. 혼자서 곤히 잠들어버린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펑펑 운 날도 있다. 아이는 내가 필요하댔는데 곁에 있어주지는 못하고 얼른 자라고 채근했던 내가 너무 미워서.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해서.


래서 아이가 깨어있을 때 나는 아이에게 최대한 많이 내 속마음을 얘기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잘 때 얘기해봤자 아이에게 닿을 수가 없으니까.


"엄마는 복덩이 옆에 있고 싶어. 너무너무 복덩이 옆에 있어주고 싶어. 그런데 그러질 못해서 정말 미안해."하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아니야. 우리 아구. 난 괜찮아. 미안해 하지마."하며 어른스럽게 말해준다.


이제 조금 만 더 크면 혼자 있겠다고, 혼자 자겠다고 할 거라 이 시간이 더 애틋하고 소중하다.


상황때문에 잘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할 때가 많지만 내 마음은 늘 아이 곁에 머문다는 걸 그래서 아이가 어두운 방 혼자 누워있는 게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아가. 엄마가 널 낳고 단 하루도 너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그러니까 엄마 걱정은 그만하고 조금 천천히 자라도 되. 7살 답게 생각하고 놀아도 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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