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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야, 네가 좋은 건
by
강하영
Apr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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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네가 좋은 건
살결이 연두부의 목 넘김 보다 부드
러
워서.
핫초코의 거품보다도 부드러워서.
너
와 함께인 모든 순간이 핫초코를 입에 머금고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달콤
해
서.
너의 살결에 내 손끝만 닿아도
나는 이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또 이 세상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어.
이 작고 여린 생명을 내 손으로 지켜줘야 하거든.
대신 나 때문에 네게 그 어떤 피해가 가서는 안되니까 말도 더 조심하게 되고, 너와 만나기 전에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도 해.
네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
그 작고 통통한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쥐고 놓아주질 않아서.
내
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만 해도 우는 걸
알고 있어서.
잡고 있는 그 손에서도 아기 냄새가 나고 네 온몸에서 아기 냄새가 나서.
시간이 지나 네가 두 발로 딛고 서고 꼬릿 꼬릿 발 냄새가 나
더
라도 엄마에겐
돌봐야 할
아가일 뿐
이야. 네가 80이 되고 90이 돼도 내가 살아있는 한 난 네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걱
정인형이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질리지 않는 건 너의 모습이야. 작고 앙증맞은 얼굴에 눈도 코도 입도 있는 게 봐도 봐도 신기하니까.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지 뭐야. 그 작고 작은 손가락에 손톱까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만져보고 또 만져본단다.
작지만 단단한 머리를 지나
면
샴
푸 거품보다도 부드러운 귀가 만져져. 오뚝한 코, 앵두같이 붉은 입술까지
네
얼굴은 조화로운 우주같아. 봐도 봐도 신비하고 경이롭거든. 질리지 않는 한 폭의
절경 같
기도 해.
네가 만약 인형이었다면 너처럼 예쁜 인형이 세상에 나와 있다는 걸 믿을 수
가
없었을 거야.
인형보다 더 인형같이 작고 이쁜 네가 울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눈을 껌뻑이며 소리를 내기도 해서 그 순간들이
내
겐 인형이 살아움직이는 것보다도 더 기적같아.
네 옹알이를 듣고 있으면 소리 내서 따라 하게 돼.
네가 낸 소리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세상 그 어떤 소리보다도 귀 기울여 듣게되.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따" 하는 한마디만 내도 기특하고 대견해서 견딜 수가 없
어
하면서 말이야.
네가 내는 소리와 행동이 세상에 전부인 것처럼 집중하게 되고 네 표정만 살피게 돼. 어디 불편한 건 없는지, 배는
고프지 않은지,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가 낯설지는 않은지.
일 년 전만 해도 네가 내 곁에 없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평생을 함께 살아온 것같이 너와 함께인 모든 순간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네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조차 없을 정도야. 너는 내게 숨이고 쉼이고 삶이야.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지.
이렇게 귀한 게 정말 어디에서 왔을까.
아직은 답을 못 하겠지만 조금만 있으면 형아처럼 엄마한테서 왔지 하며 네가 날 꼭 안아주겠지.
엄마에게 수도 없이 안기고, 꼬물거리는 그 작은 손으로 엄마를 잡고 엄마 품에서 살다시피 해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 머리를 뜯어도 좋고, 얼굴을 할퀴어도 괜찮아.
자다 깨서 울어도 좋고, 쉽게 잠들지 않겠다고 잠투정을 해도 좋아.
엄마 아기로 태어나줘서 그저 고마워.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고 안아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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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늘 불확실하고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곁에있는 지금 이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글을 씁니다. 제 글의 온기가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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