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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10. 2021

20대의 작가노트(자작시)

수박

이 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거 정말 내가 쓴 거 맞아?'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와는 결이 많이 다른 시를 쓴 나의 20대에 놀란 탓이다.


그런데 그게 싫지가 않다. 10년 만에 글을 쓰며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좋아해 주는 연습이 많이 됐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가 글로 남겨져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10년이 더 걸렸지만 다시 글을 쓸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수박


지금, 수박 밭은 접전 중

숯 칠을 한 수박은

동그란 몸으로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결국, 수박은 현장에서 생포

친구들과 헤어져 팔려 나간다

머리를 쿵, 쿵

두드려대는 통에

어지러운 피해자 수박


집 안 제일

차갑고 어두운 곳에

가둬진 수박

점점, 피가 굳어간다


함박웃음의 낯선 사람들

시퍼런 칼날을 수박에 들이댄다

자른다

수박의 피는 굳어있다

굳은 피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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