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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19. 2021

첫 발을 내딛는데

아기에게.자작시.

네가 첫 발을 내딛는데

나는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뻔했어


온 지구가

들썩들썩

든.


정말야.


지구가 흔들렸어.


네가 그 작은 발을

들고 디딜 때

내 몸도 함께

들썩들썩하더라니까.


온몸을

의지하던

두 손을 놓고

한 발짝 한 반

너는 용기를 냈어.


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거라고는

믿기지가 않아서

보고 있는데


너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어.


해바라기초코볼 같은

까만 두 눈 

웃고 있었고


두려움은

새로 올라오는 이

으드득으드득

갈아

 되어

똑똑 떨어졌어


때로는

장난기 많은 넌

석류알 터지 듯

톡톡 알아서 뱉기도 했어


서서

두발을

디딘 게

네겐

무척이나

고소 보였어


고소함이

두 볼에

봉긋하게 

겨 너는 웃고 있었지.


너는 오랫동안

뱉지 않고 머금고 있을 거야.

살이 빠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니까.


웃음을 짓고

서있는 너는

사실 해일지도 다 생각했어.


자꾸 네게

고개가 돌아거든.


손길이 뻗어거든.


아직

너무 작고

짧아서

뜨겁지는 않아도

귀한 빛을 내는

해가 맞아.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양팔을

네게 내밀 때면

금방이라도 가서

안아 들고 싶지만


불안하지만

아슬아슬하지만

꾹 참고

기다려줘야 해


나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해


너는 이제

언제라도

말갛고 새하얀

해 같은 얼굴을

소파 위로

쏙 하고

내밀 거야.


네가

처음으로

두 발로

땅을 세운 날

이날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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