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첫 발을 내딛는데
나는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뻔했어
온 지구가
들썩들썩
했거든.
정말이야.
지구가 흔들렸어.
네가 그 작은 발을
들고 디딜 때마다
내 몸도 함께
들썩들썩하더라니까.
온몸을
의지하던
두 손을 놓고
한 발짝 한 반짝
너는 용기를 냈어.
그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거라고는
믿기지가 않아서
보고 있는데
너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어.
해바라기씨 초코볼 같은
까만 두 눈은
웃고 있었고
두려움은
새로 올라오는 이로
으드득으드득
갈아
침이 되어
똑똑 떨어졌어
때로는
장난기 많은 넌
석류알 터지 듯
톡톡 알아서 뱉기도 했어
서서
두발을
디딘 게
네겐
무척이나
고소해 보였어
고소함이
두 볼에
봉긋하게
담겨 너는 웃고 있었지.
너는 오랫동안
뱉지 않고 머금고 있을 거야.
젖살이 빠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테니까.
웃음을 짓고
서있는 너는
사실 해일지도 모른다 생각했어.
자꾸 네게
고개가 돌아갔거든.
손길이 뻗어졌거든.
아직
너무 작고
짧아서
뜨겁지는 않아도
귀한 빛을 내는
해가 맞아.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양팔을
네게 내밀 때면
금방이라도 가서
안아 들고 싶지만
불안하지만
아슬아슬하지만
꾹 참고
기다려줘야 해
나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해
너는 이제
언제라도
말갛고 새하얀
해 같은 얼굴을
소파 위로
쏙 하고
내밀 거야.
네가
처음으로
두 발로
땅을 세운 날
이날을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