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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23. 2021

옥상에서 열린 국화축제.

국화가 알려준 가을.

가을이 오는 대신 바로 겨울이 온 것처럼 날이 추워졌다. 그리고 이제는 7시만 돼도 밖이 캄캄해서 괜스레 마음이 시큰해진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가버린 가을이 아쉬웠다.

아쉬움을 느끼기라도 한 듯 옥상에 꽃 몽우리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어떤 색의 국화가 필지 몰랐었는데 색색의 국화는 국화축제를 연상케 했다.


국화를 보며 생각했다. 나의 일상에 피어나는 행복을 그리면 저렇게 예쁜 색의 꽃이 될까. 지금 국화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행복이 만개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피어났을까. 나도 국화처럼 살아가며 색색의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키운 제일 예쁜 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바로 두 아이들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국화향이 옥상 가득 퍼졌다. 가을이 퍼졌다. 내 마음도 하늘의 구름처럼 넓게 퍼졌다.

비옥하지 않은 얕은 땅에서도 꽃을 피워 준 국화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옥상에 펴서 식목원에 핀 국화처럼 많이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만 이 향기가 멀리멀리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국화향이 선물처럼 내려앉기를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 내 글도 그리될 수 있기망했다.

하얀 국화는 꽃말이 성실, 진실이라고 한다. 성실은 정성스럽고 참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한 사람의 마지막을 하얀 국화로 장식하는 건 우연히 아니구나 생각이 되었다. 또 죽음 앞에서만큼은 누구나 다 진실할 수 있지 않을까.


찬란하게 피어나는 삶 속에서 죽음을 떠올릴 수 있는 것조차 감사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국화를 보면서 꽃송이가 떨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뚝 떨어질 거 같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만개한 코스모스가 졌는데도 나는 그다지 슬픔을 느끼지 않았다.


계절이 지고 꽃이 피고 지는 건 자연의 섭리였다.


나도 자연의 섭리처럼 살고 싶다. 시간이 지나는 걸 아쉬워하지 않, 나이 먹는 걸 슬퍼하지 않고. 어차피 지나야 할 시간이라면 지금 이 순간을 더 값지게 보내고, 어차피 먹어야 할 나이라면 참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생명이 만개한 옥상에서 나는 늘 풍요롭고 마음이 가득 찬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라나고 피어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나는 지금 두 생명을 자라나게 하고 피어내는 일에 열심인 엄마이다.


그 와중에 나의 글쓰기 꿈도 옥상에 가득 핀 국화처럼 예쁘게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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