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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Oct 26. 2021

같이 살아준다.

결혼 생활은 서로의 다른 점을 수 없이 발견하는 과정.

결혼을 해서 평생을 함께 살며 행복하고 좋은 순간만 있을 수는 없다. 서로의 다른 점을 수 없이 발견하는 과정 또한 결혼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 다른 점은 때때로 다르다에서 확장되어 불편하다, 싫다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 그것도 평생을.


그러면 우리는 다른 점을 발견할 때마다 선택이란 걸 해야 한다. 알면서도 묵인하던지 고치려고 애를 쓰던지 못 본 척해버리던지. 못 본척하는 거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 꼴이 보기 싫어서 못 본척하는 건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못 본 척하는 건지 말이다.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제대로 된 선택이나 후회하지 않을 선택 같은 건 없다. 처음부터 옳고 그름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선택을 매 순간 하며 사는데도 둘의 사이가 좋다면 그 둘은 꽤 잘 맞는 것이고, 그런 경우에 꽤 안정된 결혼 생활도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나는 신랑과 꽤 잘 맞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생활을 활기차고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힘들더라도 나의 단점을 늘어놓고 점검해 보는 시간 필요하다. 집도 중간중간 수리해서 써야 하듯이 사람 간의 관계도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속이 곪고 병들어서 못 쓰게 돼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상황이 돼서 상대에게 나의 단점을 듣게 되면 싸움이 되고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평소에 사이가 좋을 때 가끔이라도 좋으니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요즘 신랑과 나 사이에서 나의 단점 리스트.


나는 사실 신랑보다 철이 없다.


함께 있는 게 마냥 좋고 당연시되어야 할 주말 시간이 침해받을 때 나는 격렬히 저항하는 편이다. 신랑 입장에서는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딸린 자식이 둘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러 가는 건데.


그런데도 나는 스스로 철이 없다고 말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없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때로는 그의 부제에 대해 그에게 불평, 불만까지 늘어놓는다.


그런데도 신랑은 그런 나를 받아들인다. 속이 까맣게 타고 곪아버렸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일요일 오후에 신랑이 떠날 때마다 잔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하면 그를 이 집에 10분이라도 더 잡아놓을 수 있을까 일을 계획하는 것이다.


그래 놓고서 집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신랑한테 붙어서 우는 표정을 지으며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한마디로 진상을 부리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상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귀엽게 부리는 것일 뿐 진상은 진상이다.


신랑은 그런 나를 꽤 잘 파악하고 있다. 속으로는 발을 동동 굴리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적당히 속아 주며 시간을 늦춰 내 서운함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 정 시간이 안 될 때는 어쩔 수 없 꼭 안아주며 체온을 나눠주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그런데 그럴 때면 또 그 따뜻함이 마음에 닿아 어쩔 수 없이 신랑을 보내주게 된다.


나는 신랑에 비해 아프다는 말을 쉽게 자주 하는 편이다. 실제로 내가 자주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는 신랑도 허리 통증과 목의 통증을 자주 겪는다.


그럼에도 누워서 잠깐 쉬어야 할 만큼의 강도가 아니면 그는 쉽게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잘 움직이면서도 어디 어디가 아프다고 말할 때가 많다. 그 아픔을 신랑이 인지하고 걱정해줄 때 아픔이 덜어지는 걸까. 그런 게 아니라면 앞으로는 조금 더 내 아픔을 쉽게 자주 말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좋다는 감정 표현도 자주 하지만 힘들고 속상하다는 감정 표현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수시로 변하고 어쩌면 초단위로 변할 수도 있어서 굳이 정말 별 것 아닌 일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 거라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좋고 긍정적인 표현은 하늘로 치솟을 만큼 많이 자주 해도 좋으니 부정적인 표현은 때로는 삼킬 줄 아 사람.


그리고 나는 작고 사소한 일에 쉽게 감동하지만 유독 신랑에게만 말 한마디에도 삐질 만큼 소심하게 구는 구석이 있다. 신랑의 입장에서 하루 종일 최선을 다했는데 단지 말 한마디로 삐진다면 그 하루가 너무 허무해져 버릴 거 같다.


나는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신랑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신랑이 곁에 없을 때는 척척 혼자 해나가던 일도 신랑이 오면 신랑의 일이 돼버린. 주말이 되면 신랑과 만나 어느 정도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 짐작하듯이 신랑도 주말이 되어 가족 곁으로 오며 쉼을 그릴 텐데 할 수 있는 것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그만큼 편해지고 신랑의 쉼은 방해받는다.


어쩌면 가장 치명적일지도 모를 단점. 생색을 낸다.

왼 손이 한 일을 꼭 오른손이 알게 하라라는 모토를 가진 사람처럼 잘한 일이 있거나 노력한 일이 있으면 가감 없이 생색을 낸다.


예를 들어 신랑이 목이 아프다고 해서 매트를 주문해 놓고 "매트 샀어"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오빠 나 오늘 돈을 좀 많이 썼어. 오빠 힘들 게 번 돈인데 상의도 안 하고 미안해"하며 말을 꺼낸다. 그래서 신랑이 괜찮다고 다 그러려고 버는 거라며 엄청나게 큰 금액 아니면 말 안 하고 맘대로 써도 된다고 하면 그제야 "사실은" 하며 말을 꺼낸다.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같은 어쩌면 당연한 것들까지도 나는 생색을 내는 편이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꼼짝도 못 하겠었는데도 복덩이 씻기고 복숭이 책 많이 읽어줬어."라며 말이다.


신랑은 그런 나와 다르게 생색을 내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생색을 밉게 보지 않는다. 호탕하게 웃어주고 격려해주고 알아주고 칭찬해준다. 나 그 모습에 힘이 나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한다.  




나의 단점을 떠올리고 열거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정말 스스로를 많이 되돌아보게 됐다.


그가 그런 나와 살아줘서 고맙다.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 이런 나를 안고 살아주는구나, 고마운 존재구나 절로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말부부를 하기 전에 이해심도 더 부족했어, 신랑에게 의지도 더 많이 했어, 참을성도 더 부족했어라며 오히려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는 이제야 조금 어른다워지고 사람다워진 건데도 말이다.


얼마 전에 둘째 카시트를 세탁하기 위해 업체에 맡기는 신랑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주말부부가 되고 지금 혼자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둘이 나눠지고 있었네, 신랑이 함께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멀쩡히, 온전한 상태로 두 아이를 돌볼 수 있었을까 하며 말이다.


그는 곁에 없는 순간마저도 때로는 날 다독이고 위로하고 아끼며 내 곁을 지켜준 것이다.


우리는 서로책상다리였다. 하나라도 닳아서 높이가 달라지거나 부러져 버 바로 티가 나는 책상다리. 서로가 최선을 다해 우리의 삶을 받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삶에 일그러짐이 없었던 거다.


굳이 나 자신에게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상대를 나에게 보다 더 한 잣대를 가지고 보지는 말자 다짐하게 된다.


그저 그 자리에 있어서 오늘도 고마운 당신에게 나머지 책상다리가 되어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최선을 다겠다.


신랑이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몸 마음 편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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