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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01. 2021

우리 복덩이는 꿈도 야무지지.

요즘 복덩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유치원 졸업을 기다린다. 유치원을 얼른 졸업하고 동생이 어린이집에 가면 지금은 동생과 내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그곳에서 배웅을 하겠다며 말이다.


생이 어린이집을 갈 때쯤이면 복덩이도 학교에 가야 할 텐데. 아주 오랫동안 쉬는 줄 아나 보다. 정말 우리 복덩이는 꿈도 야무지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물놀이를 하러 가자고 할 만큼 복덩이는 물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여름에는 바닷가도 가고 연수원 마당에 작은 풀장도 만들어 놀고 수영장이 있는 펜션도 한 번 갔다 와서 충족이 됐던 것 같다.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복덩이는 여전히 물놀이를 갈망했다. 그런 복덩이가 안쓰러워 좋은 곳이 없나 찾다 몇 달 전 온천이 있는 호텔 가족탕에 다녀왔다. 그곳에 다녀오고부터는 다시 일주일에 한 번씩 물놀이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럴 수 없다고 하자 그럼 이주에 한 번씩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가자고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눈을 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에게 그렇게 자주 갔다가 우리 가족이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한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족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혹이 하나 더 달린 느낌이다. 역시 우리 복덩이는 도 야무지다.


결국 우리는 다음 달에 가족탕을 한 번 더 예약했다. 예약을 하며 속이 쓰렸다. 그 돈이면 하는 마음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복덩이는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나는 솔직히 그런 복덩이가 조금 낯설다.


왜냐하면 복덩이는 워낙 순하고 수더분해서 준비해주면 준비해주는 대로 입고, 차려주면 차려주는 대로 먹었기 때문이다. 더 어렸을 적에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카시트에 앉아 얼마나 순하게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주말에 외출을 하는 것도 하나하나 다 컨펌을 받아야 한다. 복덩이가 싫다고 하거나 다른 장소를 외치면 한참을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해야 한다. 그런데 나가지 않는 이유가 하루 종일 닌텐도 게임을 하고 싶어서라는 걸 알기 때문에 속에서 천불이 날 때 있다.


거기다 설상가상 이제 복덩이는 상품의 금액을 읽을 줄 안다. 우리는 그전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찬스 말고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복덩이가 금액이 좀 싸다 싶으면 그리 비싸지 않으니 사줘도 좋지 않겠냐는 듯이 넌지시 말을 흘린다. 해줄 수 있으면 해 주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닌텐도 팩이 그랬고 우연히 들린 큰 마트에서 그랬다. 유치원에서 마니또를 한다고 친구의 선물을 1000원 한도 내에서 보내라고 한 적이 있다.


다른 것도 살 겸 큰 마트에 가자 선물을 사야 한다며 장난감 코너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런데 막상 가자 친구의 선물은 안중에도 없고 복덩이에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4만 원에 육박하는 그것도 얼마 전에 사줬는데 며칠도 안 돼서 다 터뜨려버린 벽에 붙는 찐득찐득한 공을 사달라고 했다. 절대 들어줄 리 없었다. 이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걸 제대로 가지고 놀지도 못하고 장난친다고 다 터뜨려놓고 그리고서 하나 더 사달라고 하는 거는 정말 말이 안 됐다. 더구나 아무 날도 아닌데.  


나는 딱 잘라 안 된다고 했는데 실망한 채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는 복덩이의 모습에 신랑은 흔들렸다. 나를 살짝 부르더니 바로 옆에 비슷해 보이는 7900원짜리를 보여줬다. 이쯤이면 나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덩이는 비싼 장난감에 미련이 남아 보였다. 이제 너무 비싸서 사주지 않는다는 것도 아는 눈치였다. 그 전에는 금액이 싸도 엄청 좋은 거라며 꼬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복덩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 산 공을 보물처럼 꼭 안고 다니며 잘 가지고 놀았다. 아 아이는 아이구나 싶어 마음이 놓이며 푸근해졌다.


나는 복덩이가 하나를 바라고 그걸 들어줬을 때 또 다른 걸 바라면 아이라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해준 것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 조그만 아이가 욕심이 많다는 생각까지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도 아이가 바라는 건 정말 별거 아닌 것들인데 충분히 내가 들어주고도 남을 것들인데 데 왜 아이의 요구가 조금만 크다 싶으면 욕심을 부린다고만 생각했을까.


더군다나 복덩이는 그걸 들어주지 않았을 때 떼를 쓰는 아이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들어주지 못했던 게 마음 쓰여 가끔 들어줄 때면 복덩이는 좋다고 정말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인데 그런 생각을 한 내 모습이 너무 옹졸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복덩이는 어떻게 아이인데도 떼를 안 쓰지. 나는 어른인데도 신랑에게 떼를 쓸 때가 많은데. 나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도 않으면서 저 작은 아이에게 욕심이 많다고 느끼다니. 


그리고 신랑은 어떻게 그렇게 예쁜 말을 했을까. 신랑은 내가 먹고 싶은 게 많은 게 아는 게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가고 싶은 곳도 가지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똑똑해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와의 관계 속에서 쑥쑥 잘 클 수 있었다.


나도 복덩이에게 마음 넓고 자상한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어쩌면 들어주지 않을 걸 알아서 내 앞에서는 떼를 쓰지 않은 게 아닐까. 마음에 짠한 생각이 든다.


나는 사실 하고 싶은 게 많은 복덩이를 사랑한다. 먹고 싶은 것도 다양한 복덩이를 엄청 귀여워한다.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걸 주더라도 아깝지 않으니까. 복덩이는 내 전부이니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우리 아가인데 이제는 복덩이가 하는 말을 더 많이 들어줘야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이다. 복덩이 스스로 모든 부분에서 사랑을 듬뿍 받는다고 느끼게끔.


차라리 처음부터 복덩이가 예민하고 요구하는 게 많은 아이였더라면 그런 요구가 당연하다 생각하고 쩔쩔맸을 테면서 정작 욕심이 많은 건 나였다.


점점 더 많은 걸 알게 될 복덩이는 앞으로 가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함께 늘어갈 것이다.


그럴 때면 나도 신랑처럼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좋은 말을 해줘야지. 우리 복덩이가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지 하고 말이다.


요구가 늘어날수록 그 마음을 지킬 수 있을지 사실 조금 겁도 나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실은 나도 그만큼 못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내가 정말 꿈도 야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복덩이를 위해서라면 많은 것 바꿀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노력할 것이다. 아이가 기쁠 수 있도록. 아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꿈도 야무진 복덩이가 앞으로도 쭉 꿈이 야무진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엄마가 되어주어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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