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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11. 2021

오늘이 가기 전에 나가야 하는 이유.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을 동화같이 담아내고 싶어서.

아무도 없는 길을 걸었다.


오늘이 아니었으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풍경을 볼 수 있었을까.


그리 조용하고 고요하던 자연이었하늘도, 나무도, 산도, 물가도 다 나서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내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나는 그럴수록 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였다.

하나도 앙상하지 않은 나뭇가지들이 말했다.


"제때 나뭇잎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면 다시는 그 애들을 볼 수 없을 거야"


나는 얼핏 알아들은 척을 했다.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빛을 받은 겨울나무는 온몸에 겨울을 새기기라도 하듯 더 검고 짙었다. 살아있는 게 가장 실감 날 만큼.

미처 잎을 떨어뜨리지 못한 나무가 말했다.


"아직 크리스마스가 지나지 않은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 말을 듣고 잎이 달린 가지를 보자 저렇게 작고 아름다운 전구가 있을 수 있나 감탄이 새어 나왔다.


"이곳이 산타마을이구나. 어떻게 이런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가 아니고 이렇게 많지."


나는 깡충깡충 뛰어다니며 매달린 나뭇잎 전구마다 불을 켰다. 나무는 뜨겁지 않았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내 안에 작은 요정이 살았다면 분명히

"이렇게 크고 예쁜 트리는 본 적도 없어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홀로 서 있는 나무가 있는 곳은 다행히 하늘도 산새도 품은 물가였다.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을 보는 것만 해도 지겨울  없는 정다운 곳이다. 물결 하나 일지 않는 건 피로하지 않게 실컷 보라는 물의 배려였다.


절대 혼자일 수 없는 나무가 꽃처럼 폈다. 나무가 꽃이 되는 순간이었다.

겨울을 버티는 식물이 고개를 내밀었다.


땅에 붙을 만큼 키가 작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땅 속에서 서로를 감싸며 안아주느라 말이다.


"언 땅을 뚫고 나와 겨울을 나려면 안아주고 보듬어야 해. 혼자서는 살 수 없어."

"호흡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해봐. 이곳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다 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고요도 편안함도 두 눈이 멀만큼 아름다운 풍경도 다 네 것이야. 네가 준비만 되어있다면."


자연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늘 줄 준비가 됐다.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에 나는 식물을 다 피워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할 테니. 자연은 쉴 틈이 없다. 피어내는 것도, 피어나야 할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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