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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13. 2021

크리스마스날 찍게 될 영화 한 편.

7살 크리스마스가 영화같이 기억되길 바라며 널 위해 준비했어.

첫째 복덩이는 7살이다. 내년이 되면 결석을 고 싶다 말할 수 있으나 더 이상 그것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어린아이의 티를 벗고 진정한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서는 혼자서 해야 하는 게 하나씩 늘어 가겠지. 등교 전 혼자서 옷을 입고, 다녀와서는 혼자서 머리도 감을 것이다.


좀 더 바빠지고 어른스러워질 복덩이를 위해, 그리고 아직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복덩이를 위해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 주려한다.


사실 복덩이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온전히 믿는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작년 유치원에서 산타클로스에게 받아온 선물을 언급하며  "그거 엄마가 줬지?"라고 물어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니 또 믿는 눈치다.


믿다가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딱 그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외국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 날 커다란 트리 밑에 선물 상자들이 뜯기가 어려울 정도로 쌓여있다.


나는 살면서 크리스마스날 그렇게 많은 선물 상자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


실제로는 하나에서 많으면 두 개 정도 되는 선물 상자를 열며 한국에 정말 저런 집이 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받은 것만 가지고도 온종일 온 마음으로 행복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동경도 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깔릴 만큼 많은 선물 상자가 쌓여있는 크리스마스를 맞아보고 싶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경험을 복덩이에게 주기로 했다.


내 목표는 선물상자 20개였다.


돈을 펑펑 쓰면 선물 상자를 늘리는 것쯤 일도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숫자를 늘리고 싶지는 않.


그보다 복덩이에게 하나하나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 의미가 있으려면 가장 필요한 건 아이에 대한 관심인데 그게 내가 가장 바라던 이기 때문이다.


온 마음을 다해 복덩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기로 다. 골똘생각에 잠긴 것도 그때부터였다.


처음 고른 선물은 바로 책이다. 책은 살면서 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길을 열어 주었고,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줬다. 힘이 들 때면 손을 내밀어 잡아주도 했다.


책은 우리 복덩이에게도 사고의 폭을 넓혀 주고,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며,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겠지. 


책을 고르면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복덩이가 스스로 볼 수 있을 만큼 눈높이에 맞고 재미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3권 신중히 골랐다.


어머나. 벌써 3개의 선물 상자가 완성됐다.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 신나고 즐거울 수가 없다. 아이가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니 나는 처음부터 무게가 하나도 나가지 않는 사람처럼 한 없이 가벼워졌다.


어쩌면 크리스마스에 내가 가장 받고 싶었던 걸 복덩이에게 해줄 수 있다는 그 마음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몰랐다.


'마침 복덩이는 내년에 학교에 가지. 그래 그거다!' 학교에 메고 갈 책가방을 떠올렸다. 


사려는 책가방을 골랐는데 지금 사면 실내화 가방과 필통까지 준다고 한다.


아참. 복덩이가 메고 다닐 가방이라 복덩이의 마음에도 들어야 . 복덩이에게 보여주니 다행히 마음에 든다고 한다. 색도 정다.


이걸 뜯은 복덩이가

"이거 엄마하고 골랐던 건데." 할 텐데 


그럼 "복덩이와 엄마가 사고 싶었던 걸 산타클로스가 알고 준 건가 봐. 정말 다 보고 있었던 거 맞네."하고 모른 척을 할 거다.


또 선물상자 3개가 뚝딱 생겼다.


이제 겨우 14개가 남았네. 14개가 자신 만만한 건 나에게는 집콕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몇 천 원만 써도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집콕 놀이! 4개  정도는 이것으로 채울 수 있다. 그동안 복덩이가 잘 가지고 놀던 것들 위주로 준비했다.


복덩이의 유치원에는 원복이 있었다. 그래서 옷을 골라야 할 필요도 사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는데 이제 사정이 다르다. 당장에 옷이 필요하다. 옷 두 벌을  신중하게 골랐다. 옷 두 벌이면 위에 옷과 밑에 옷을 나눠 4개로 포장이 가능하다.


요새 복덩이가 동생과 실랑이를 자주 하는 장난감이 있다. 바로 자석 블록이다. 아무리 꼭 필요한 거에 돈을 쓰기로 했다지만 복덩이도 아직 어린아이인데 동심을 지켜줄 장난감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석 블록을 사기로 한다. 류가 여러 개인데 가장 유명한 건 가장 비싸다. 그건 피해 가기로 했다.


이제 5개 남았다. 연필, 지우개, 크레파스 같은 사야 할 학용품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공부가 제일 싫다는 복덩이를 위해 선물로는 준비하지 않로 한다.


내가 제일 받고 싶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떠올려 본다. 나는 여러 가지 봉지 과자가 들은 과자박스를 받고 싶어 했다. 요새 과자들로 채운 과자박스가 그때 그 시절에 비해 말도 못 하게 다양하고 많던데 그중 하나를 골라야겠다.


그리고 나머지 4개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아이 몰래 다이소에 한 번 들려볼까 한다. 20개의 선물 상자도 살 겸.


선물 상자 10개 정도는 어쩌면 안에 든 선물보다 상자값이 더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아이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되기만 한다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함박웃음 지으며 행복해 하기를 기대한다.


혹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선물을 뜯더라도 시간이 흘러 스무 개의 선물 상자를 준비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복덩이의 7살 크리스마스가 영화같이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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