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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Dec 26. 2021

두 번 못할 크리스마스!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의 서막은 알린 건 복덩이가 유치원에서 받아 온 산타클로스가 줬다는 선물이었다. 공들여 고르고 보낸 선물이었기에 아이의 반응을 보기 전 가슴이 두근댔다. 복숭이까지 곁에 붙어 선물을 뜯었고 아이는 환호했다.


그 후 거실은 온통 기차선로로 가득했다. 기차선로 사이에 다리도 만들고 교차로를 설치하기도 하며 즐거워하는 복덩이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꼈다.


요즘 어금니가 나는 중이라 이가 간지러운 복숭이는 형아 곁에 붙어 세워놓는 표지판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복숭이가 형아가 만든 선로마저 영화에서 나오는 고질라처럼 들고 뜯기 전까지는 꽤 오랫동안 평화가 지속되었다.


복숭이에게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말려보기도 하다 포기한 복덩이는 결국 황망한 마음을 뒤로한 채 유치원에서 받아 온 쿠키 만들기 키트에 관심을 돌렸다.


식탁에 놓고 만들었는데 복숭이가 또 빠질 리 없다. 그 짧은 다리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식탁에 올라가 형아가 준 쿠키 하나에다가 초콜릿을 짜다 식탁에 짜다 발가락에 짜다 여기저기 묻혔다.


남은 세 개의 쿠키만은 지키고 싶었던 복덩이는 자기의 쿠키만 건들지 않는다면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해도 못 본 척해주었다.


드디어 이브날이 되었다. 월차를 낸 신랑까지, 완전체가 된 우리는 집 밖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오미크론이 너무 무서웠다.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내는 것보다 안전을 위해 집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내일 개봉해야 할 선물 중 책 한 권을 미리 꺼내 선물이라며 복덩이에게 줬다. 나와 신랑이 번갈아 가며 책을 읽어주었다. 집에서 하는 거라고는 뻔하니까, 유튜브도 게임도 할 만큼 한 복덩이는 다행히도 읽어주는 책에 집중을 했다.


저녁에는 신랑이 나가서 눈이 소복이 쌓인 트리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바꿔왔다. 아이스크림 같이 단  안 먹는다던 아빠도 복덩이의 채근에 못 이겨 거실로 나왔다. 아빠도 막상 케이크를 앞에 두고 모이니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엄마, 아빠의 웃음은 반짝이는 트리보다 더 빛나고 감동적이었다. 건강한 모습의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벅찬 건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으며 더 실감한다.


트리를 옆구리, 앞, 아래, 위 상관없이 파먹었다. 그저 케이크를 먹는 것뿐인데 재밌고 즐거웠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파먹어서 더 맛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덩이를 재우고 난 후 우리는 가장 바빠졌다. 이제껏 하나 둘 준비한 선물을 포장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준비한 책을 참지 못하고 미리 꺼내 보여준 덕분에 포장해야 할 선물은 18개로 줄어 있었다.


선물로는 장난감을 유치원에 보낸지라, 내년에 학교에 가면서 들고 가고 입고 갈 것 들과 몇 천 원짜리 집콕 놀이 세트들 있었다.


그날 밤 신랑과 나는 혹시 복덩이가 잠에서 깨지는 않을까 숨죽이며 포장을 했다.


가위가 신기한 지 계속 가위를 만지려 들고 포장지를 깔아뭉개는 둘째 때문에 포장을 할 엄두가 안 난다던 내게 이브 날 자신과 함께 하자던 신랑이었다.


그런데 포장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에게 그렇게 꾸기는 건 뜯은 포장지에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만은 꾹 참았다. 그리고 끝끝내는 참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스무 개 남짓 한 선물을 싸는데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테이프는 수도 없이 필요했고 허리는 으스러질 듯 아팠다.


 "어머, 이거 싸기 어려운 건데 어떻게 쌌어. 너무 이쁘게 잘 싸졌다." 하며 뒤로 갈수록 신랑의 포장 실력을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다음날 아침 트리 밑에 있던 선물들을 발견한 복덩이는 기쁨에 차 연신 감탄을 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선물을 뜯을 때마다 흥분을 했다. 선물을 다 뜯은 후 장난감이 하나도 없어 좀 그렇다는 말을 살짝 흘리기 했지만 산타클로스도 모라서 우리 집에 복신이 다녀갔나 봐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선물을 고르며 고민했던 시간과, 포장을 하며 아팠던 허리마저도 싹 잊을 수 있었다.


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순간을 맞고 있을 때, 실로폰을 가지고 둘 사이 또다시 육탄전이 벌어졌다. 복숭이가 실로폰에 손만 갖다 댔을 뿐인데 눈이 번쩍 뜨이는 손바닥 공격이 날아왔다. 복숭이도 지지 않고 형을 할퀴려 들었다. 둘을 떼어 놓아야 했다.


그 후, 심신의 안정을 돕기 위해 선물로 받은 책을 어제와 같이 읽어줬다. 신랑과 번갈아 읽어준 덕분에 벌써 반을 넘게 읽었다. 그 많은 장을 넘기는 동안 집중해서 들어준 복덩이가 고마웠고, 책을 읽어주는 동안 훼방을 놓지 않았던 복숭이가 고마웠다. 나와 마음을 맞춰 목이 아플 때면 책을 받아 읽어준 신랑에게 고마웠다.


책을 읽고 난 후 실로폰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실로폰 채로 실로폰을 칠 수 있는 영광이 복숭이에게도 돌아갔다. 아빠의 휴대폰을 하기 위해 복덩이가 점수를 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평화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도 이날 정말 너무나 멋진 선물을 받았다. 진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을 좋아하는 날 위해 신랑이 식빵을 세 가지의 요리법으로 준비해 줬던 것이다.


첫 번째 접시에는 버터를 발라 구운 식빵이 먹기 좋게 세모 모양으로 잘려 있었다. 계란물을 묻혀 구워낸 식빵에 설탕을 바른 게 두 번째 접시에 담겨 있었다. 마지막 접시에는 식빵으로 만든 마늘빵이 담겨 있었다.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에어프라이에서 식빵을 꺼내는 신랑을 보고 의아했는데 생에 처음 만든 마늘빵이고 했다.

마늘빵에서는 정말 마늘빵 맛이 났다. 파는 그 맛 말이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바로 빵집을 차리자며 신랑을 추켜세웠다. 정말 말도 못 하게 맛있었고,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만을 위해 세 가지 식빵 요리를 준비해 주다니.


거기다 그는 나와 함께 그 전날 복덩이의 선물을 포장하느라 늦게까지 고생 했었는데. 그런 그가 나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했을 생각을 하니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분명했다. 기적이 실체가 있다는 걸 그로 인해 처음 알았다.


복덩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주기 위해 준비했던 모든 시간이 값졌던 크리스마스였다.


또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


내년에도 가족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음을 바란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음이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적이라는 걸 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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