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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12. 2021

무늬 없는 소

엄마의 검버섯. 자작시

깜깜한 밤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무늬 없는 소가

불 꺼진 방

화장대에 앉았다.


흔한 화장대 가게에서 파는 클렌징 티슈도 아니고

프리미엄 물티슈도 아니다.

납작한 물티슈 봉투에서

물기 없는 물티슈를 꺼내 든다.

목덜미에서 앞발까지

말라버린

 닦아낸다.


붉으락 푸르락

푸르락 붉으락

문댄 자리가 벌겋게 타오른다.

속이 새카맣게 타는지도 모르고.


무늬 없는 소가

털썩

주저 않아

갈라진 혀로 발등을 핥는다.

혀가 지나간 자리마다

까만 연못이 보인다.

연못은 속이 보이지 않는다.


무늬 없는 소는

한참을

까만 연못을 들여다보다

눈물을 떨궜다.


무늬 없는 소가

오기 전에

새끼는

별빛을 이불 삼아

잠이 들었다.


무늬 없는 소는

밤새

새끼의 발등을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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