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 된 둘째를 신랑이 안고 있다가 내게 안겨줄 때면 아이에게 신랑의 향기가 배어있다.
아이들이 있어 향수는 따로 뿌리지 않는데 바디클렌저나 샴푸나 스킨은 써야 하니까.
신랑이 쓰면 온전히 그의 향기가 된다.
아이를 안고몇 분 안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향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난 그래서 아이를 받자마자 콧구멍을 훨씬 더 크게 만들어 폐 깊숙이 그 향기를 들어마신다. 그러면 그가 날 꼭 껴안아 주는 거같고,
그래서 보호받고 있는 거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온화해지고 따뜻해진다.
그때만큼은 나도 아이들의 보호자대신 보호받는 여린 소녀가 된다.
둘만 있어도 부러울 게 없고 온전히 꽉 차던 그 시절. 먹을 게 김밥 한 줄 밖에 없는데도 서로의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던 그 시절. 잠시 떨어져 있다 만나면 영겁의 시간을 돌고 돌다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갑고 기쁘던 그 시절. 나와 신랑이 지금보다 젊고힘도 많았던 그 시절. 여유롭게 산책도 즐길 수 있고, 영화관도 갈 수 있고 맛집도 갈 수 있었던 그 시절.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렇게 축복 같은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신랑의 향기가 사라지면 아이들 본연의 향으로 돌아오는데 6개월 젖먹이의 몸에서 나는 아기 냄새도 7살 첫째에게서 나는 보들보들한 아이 피부 같은 향도 내게는 다 향기롭다.
때로는 그도, 아이들도 내 곁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이를 닦다가도 혹시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거 아니야? 하고 불안할 정도로 지금의 행복이 감사하다.
그와 아이들은 내가 평생 누리지 못할 큰 선물이자 기적 같은 존재들이다.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마운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