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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17. 2021

내가 형아래요.

동생에게 말해주세요.

엄마, 나를 업고 생에게

둘째야 첫째 자야 되니

소리 지르지 말아라고 말해주세요.


엄마, 그 자리는 내 자리예요.

잠들 때 엄마 옆자리도

엄마 무릎 위도

엄마 품도 다 내 꺼였어요.

동생에게 첫째 안아줘야 하니

여기 있지 말아라고 해주세요.


아빠와 자려고 누워있는데

엄마와 아기가 자는 방 문틈에서

빛이 새어 나오면

나는 정말 너무 슬퍼져요.

커튼 사이로

보이는 산을 보며

저 산 너머에는 누가 살까 하며

엄마랑 늘 얘기를 하다 잠들었는데

거기는 내 자리였는데...


내가 잠들 때까지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주세요.

예전처럼 매일

내 손도 만져주고

이마도 짚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꼭 안아주

예쁜 목소리로 인사도 나누요.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세요.

동생이 엄마가 아니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지만

나도 엄마가 꼭 필요해요.


소파도

소파 밑에 매트에서도

한 번만이라도

형아가 뛰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주세요.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방방 뛰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요.

그러니까 형아가 뛰어야 하니

여기 눕지 말라고 말해주세요.


기다리라고 말해주세요.

밥을 먹는 것도

업히는 것도

기는 것도

기저귀를 가는 것도.


나는 매일

숟가락에 밥을 떠달라는 것도

안아달라는 것도

놀아달라는 것도

엄마와 한 번 하려면

수 십 번씩 얘기하고도

 그만큼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려 주세요.

그래도 안 될 때가 많아

결국 내가 해야 할 때도 많다는 것도요.

그러니까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해주세요.

나는 한 번도 울지 않으니까요.

기다리다 속으로 운 적은 있어도.


엄마 내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나는 동생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요.

가끔씩은 동생 기저귀도 가져다주고

문도 닫아주고

엄마 심부름도 해요.

그런데 왜 그런 내게 화를 내요?

동생이 계속 할퀴고 머리도 잡아당겼는데

왜 내게 거기 있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해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동생은 계속 시끄럽게 울어도

지르고 싶을 때 소리를 질러도

엄마한테 업혀서 머리카락을 뜯어도

잠도 안 자고 엄마를 괴롭혀도

안아주고 있는데도 얼굴을 할퀴는데도

왜 동생은 혼이 안 나요...

왜 동생만 혼이 안 나요...

나도 아기가 되고 싶어요.

한 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첫째가 한 번씩 울음이 터지면

몇십 분씩 울 때가 있다.

신랑과 번갈아 품에 안아주며 

아무리 달래주어도

설움이 폭발해 그동안 서운했던 걸 얘기하며

다시 엉엉 울어버린다.

그럴 때면 엄마도 덩달아 마음이 녹아내린다.


아이의 말을 들보면

구구절절 다 맞는 말이라서

왜 평소에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이렇게까지 서럽게 만들었을까

후회도 하고, 자책도 게 된다.


둘째를 낳기 전에

처음으로 떨어져 지낼 첫째 생각에

매일 밤 자는 아이 곁에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도

둘째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자

엄마가 봐준다고 해서

하루 보냈을 때도

첫째가 안쓰러워 하루 종일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그랬던 나인데

그런 내가 첫째를 아프게 할 때가 많다.


둘째를 낳기 전에

둘째는 아직 너무 아기니까

서운한 걸 잘 모르니까

첫째 서운하지 않게, 맘 상하지 않게

첫째에게 모든 걸 맞춰줘야지 마음먹었는데

지내다 보니

첫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첫째도 아직 아기인데.

첫째도 엄마가 필요한 아이일 뿐인데.


첫째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고맙고 사랑하다는 말.

엄마 아기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

너는 내게 너무 귀한 아이라는 말.

엄마가 앞으로 더 잘할게라는 .


그리고

 안아서

"너는 잘하고 있어."

"너는 잘하고 있어."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

밤새 속삭주며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엄마와 살면서 언젠가 상처 받았을

내 아가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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