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들이 묻는다.
휴.
도대체 네가 쓰고 싶은 게 뭐길래 그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수 만 가지
화려하고
눈부신
이력을 가진
글감들.
그중에
이력이 없는 내가
하나를
겨우 집는다.
글감에 물든
보편성의 빛깔을 뺀다.
아무 색도
아무 느낌도 가지지 않게 된 글감은
내가 쓴 글 속에서
나의 색감으로 버무려진다.
여기까지만 해도
실은
내가 탈탈 털려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해봤는데
억울한 마음이 들어?
아니라고 손사래 친다.
저 멀리,
데려다만 놓고
빛깔을 빼지도
나의 색감을 입히지도 못한
수많은 글감들이 있어서.
그 글감들은
자주
내 휴대폰 메모장에서,
채상 위 노트 속에서,
이면지에서
달그락대다 투덜거리다 한다.
쟤는 대체 뭐람.
자기가 쓰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면서
보기는 왜 본대.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잡긴 왜 잡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