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이유 없는 불안
부쩍 겁이 났다. 여름을 맞으며 이유 없이 몸이 사려졌다.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내심 두려웠다. 어느 계절이고 만만하진 않지만 겨울과 여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선뜻 여름을 꼽았었다.
추위를 견딜 힘도 인내심도 없어 겨울이란 계절 앞엔 여전히 움추러들고 온갖 게으름을 떨게 된다. 그나마 여름은 실컷 더위에 시달리고 땀범벅이 되어도 흐르는 물에 씻고 나면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지금껏 그렇게 여름이란 계절에 대해 거리를 둔 기억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이번 여름은 많이 달랐다. 오월이 시작되면서 자꾸만 무더위를 겁냈다. 빠르게 다가서는 여름에게 몸과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다.
초록이 흐드러지게 번져가던 오월이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유월과 함께 시작될 본격적인 더위를 미리부터 끌고 와 겁을 내며 불안해하는 꼴이라니. 정말 끔찍했다.
자꾸만 다가서는 여름을 느끼고 아픈 기억들까지 하나 둘 건드려 수면 위로 끓어오르게 했다. 영원한 이별이 있다는 걸 너무 일찍 알게 했던 친구. 요즘처럼 뻐꾸기가 울어대던 시절, 친구는 떠나갔다.
겨우내 비어있던 마른 들에 물을 가두고 새로운 생명체를 심기 시작할 무렵, 세상은 점차 초록으로 생기를 가지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