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은 꽃 (2)

쓰라렸던 기억

by 시나브로

이승에서의 삶을 예감이나 했을까. 친구는 스물한 살에 서둘러 결혼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통으로 힘들어하던 그 애 곁에는 늘 남편이 함께했다. 모르핀을 맞고도 통증을 못 이겨 울부짖던 소리가 병실 복도를 울렸다.


고통으로 심하게 몸부림치는 날에는 차마 병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복도 끝 창가에서 눈물짓다 돌아섰던 날도, 장례식 날 울다 지쳐 쓰러졌던 일도, 그때까지는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에 무방비상태였다.


한동안 마음에 빗장을 채웠다. 아파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고 익숙했던 이의 얼굴과 목소리를 평생 잊은 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치도록 싫었다.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서로 정을 나누는 것에 또 준 마음에 대한 일말의 책임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됐다.


삶에서 새로운 인연에 대해, 허투루 마음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걸, 마음을 거둬야 할 때 영원히 함께 하지 못하고 떠내 보내야 하는 슬픔 앞에 쓰라렸던 기억들.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가 주는 안도감이 부러웠던 시기였다.


결혼을 해 남편 형제들과 허물없이 잘 지냈다. 세 살 아래 시누이와는 더욱 그랬다. 시누이 보다 사 개월 먼저 식을 올렸고 사십일 늦게 첫 아이를 낳았다. 우리는 똑같이 큰며느리였고 워낙 오빠를 안쓰러워했던 시누이는 나에게도 친절했다.


내가 택한, 나를 택해준 사람을 대하는 일에는 언제나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누구보다 밝고 명랑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마다 우리 집에 자주 머물렀고 무엇이든 필요로 하는 도움을 아낌없이 주고 싶었다.


한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언제나 눈물겨웠다. 서른한 살, 결국 꽃다운 나이에 조카 둘을 남겨 두고 먼 길을 떠나갔다. 남편과 어머님께 두 조카를 키워보겠다고 나섰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그나마 마음 편히 천국에 갈 수 있게 돕고 싶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 너무 일찍 세상을 등져 영원히 늙지 않는 얼굴로 남아 잊을 수 없게 하는 얼굴들,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누구보다 선했고 맑은 영혼을 소유했던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내 삶에 소중한 친구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음에 심은 꽃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