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마흔이란 나이에 야간대학에 등록했다. 처음엔 용기가 나질 않아 철학관을 찾았다. 내 체력이 겁나 선뜻 시작할 용기가 없다고 하지만 꼭 하고 싶다고. 사람이 아닌 다른 것에 의지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싶었다.
일과 살림, 그리고 학교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겨우 한 학기를 버티다 병이났고 직장도, 학교도 잠시 쉬어야 했다. 반은 삶을 포기했던 시기, 다시는 정상인으로 살 자신이 없었다. 자꾸만 마음이 주저앉게 되고 힘없이 무너졌다.
그때에도 앞산에선 밤낮없이 뻐꾸기가 울었다. 산과 들에 녹음이 번져갈수록 자꾸만 초라해지고 부서져 내리던 나. 모든 것이 무서웠다. 흐르는 시간도, 사람도, 미래도. 세상엔 제 삶을 살아내느라 벅찬 사람들만 있었다.
주변엔 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만 보였고 다 그렇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도 선뜻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얼마 후 닫아둔 빗장을 풀고 자꾸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혼자서 묻고 답하길 그렇게 긴 시간을 오롯이 혼자인 채로 세월은갔다.
어느날 스스로를 달래며 병원을 찾았고 시간만나면 내면의 소란을 불러내어 끄적였다. 예전처럼 다시 생활하며 내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한번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무너진 자아를 겨우겨우 일으켜 세우고 일어서려 기를 썼다.
일 년 후, 다시 복학을 했고 직장에도 다녔다. 잘 견디는가 싶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체력은 늘 초라했고 모자랐다. 겨우겨우 졸업장을 받았지만 심한 갱년기를 맞았다. 긴 시간 또다시 방황했고 현실은 늘 나를 채근했다. 수 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벼랑끝으로 몰아세웠다.
하루가멀다고 생겨나는 일들에 매였지만 삶의 의미를 찾으려 기를썼다. 끝없이 생겨나는 일들, 무너질 듯 무너질 듯 위태했던 시간들을 아슬아슬하게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는 중이다. 아직도 가끔 다 벗어나오지 못한 어둠의 터널에 갑갑증을 느낀다.
알 수 없는, 하루에도 수천 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붙들고 다짐을 한다. 동트기 전 짙은 고요와 어둠같이 암담했던 순간에도 끝끝내 마음을 놓지 않았었다고. 꺽일 듯 꺾일 듯 휘청대도 일어서기를 반복했었다고.
아무것도 아닌것에 다시 흔들리고 약해지려는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다가서는 모든 두려움이 다 이 더위 탓이라고 둘러대려는 나를 본다. 그렇게라도 애써 외면하며 피하고 싶었나보다. 미리부터 겁내던 더위는 이미 코앞까지 와버렸다.
복잡다양한 삶이 쉴새없이 옥죄며 나를 흔들어도 꿋꿋하게 바로 설 거다. 지금껏 견뎌왔던 것처럼 이 여름을 핑계로 약해지려는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