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꽃, 그리고 다짐
며칠 전 산책길에 인동꽃을 보았다. 지금껏 좋아했던 목련과 하얀 싸리꽃 그리고 이 여름을 겁내는 나에게 꽃 하나를 선물해 본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거다.
인동꽃을 보며 한참을 멈춰 섰던 그날, 마음 깊은 곳에 그 꽃을 심었다. 꿈에라도 인동넝쿨을 울타리 삼고 선이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듯한 그 꽃을 마음 안에서 고이 키워보기로 한다.
뻐꾸기소리가 여름을 불러들이고 우연히 풀숲에 핀 인동꽃을 보며 괜스레 겁냈던 여름에게 예전처럼 다시 다가가기로 한다. 몇 년 전, 어느 집 울타리를 덮고 있던 인동꽃을 발견하고 멈추었던 기억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 같던 생김과 연한 빛깔의 꽃잎, 그리고 은은한 향기까지 또렷하게 각인되어 떠오른다. 인동꽃에 코를 박고 서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전 내 곁을 떠나버린 이들이 새삼스레 떠올랐었다.
유난스레 맑고 동그란 눈망울이 지금껏 선하게 남아있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이 선명하게 꽃이 되어 다가왔다. 여름 하면 즐거웠던 기억보다 아프고 슬픈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이미 다 나아 아무렇지 않다고, 일상에 치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도 지워진 상흔을 억지로 후비며 문득 아픈 기억들에 마음이 절절해지는 날이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특히 더 아픈 기억과 자주 마주하게 되는 건 아닐까.
산 사람으로 버릴 수 없는 욕심과 나만의 이기적인 면이 있어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타인을 서운하게 아프게 할 때도 있을 거다. 그럴수록 남아있는 생애에는 조금 더 손해 보고 배려하고 마음에 진 빚 없이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선뜻 다가서는 여름을, 어수선하게 흔들리던 마음 밭에 인동넝쿨 하나 내 것이 되도록 소중하게 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