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월의 첫밤(1)

설레는 바람

by 시나브로

쓰레기를 버리러 승강기를 탔다. 분리함에 하나씩 골라 넣고 음식쓰레기까지 처리하고 돌아섰다. 귓가를 시치는 바람에 문득 마음이 흔들렸다. 한참을 서서 망설였다.


'선선한 바람, 기분 좋은 바람이다.' 나를 유혹해 오는 건 바로 밤바람이었다. '그래, 오늘은 너에게 기분 좋게 넘어가 주마.' 어차피 내려온 김에 잠깐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슬쩍했었다.


습관적으로 현관에 나와 있던 슬리퍼를 신으려다 일부러 운동화를 꺼내신고 내려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의 찬 바람, 으스스 소름이 올라오게 하는 이 밤바람, 앞으로는 무척 그리워질 바람이다.


유월의 첫날을 밤바람이 설레게 한다. 여덟 시가 넘어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 익숙한 사람의 얼굴은 알아볼 만큼의 밝기는 남아 있었다. 빠르게 질주하는 시간은 곧 짙은 어둠을 몰고 와 세상을 온통 깜깜하게 뒤덮을 거다.


차마 어둑어둑해지는 이 시간에 오송지까지 나갈 용기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어떤 사람에겐 어둠이, 평소에는 있지도 않던 용기가 불끈불끈 솟게 하고 또 어떤 이는 이유 없이 마냥 주눅이 들게 도 할 것이다.


깜깜하고 짙은 어둠은 늘 나에겐 이유 없는 무서움과 공포였다. 혼자 나왔을 때에는 더욱 그랬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어두운 밤에 걸어야 할 때는 최대한 빛이 있는 곳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기에 아파트 울타리는 안성맞춤이다. 아파트 안쪽에도 좁은 오솔길이 있어 평소에도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아파트 밖으로 난 인도를 따라 돌기로 한다. 시원한 밤바람이 머리칼을 한 올 한 올 날리며 더욱 기분을 좋게 했다.


두 번째로 돌 때는 일부러 아파트 울타리에 핀 넝쿨장미의 향기를 맡아보았다. 갈수록 꽃은 다양해지는데 그것들이 가진 본래의 향기는 점점 시들해지고 없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따금 꽃가게에 들러 예쁘고 화려한 꽃들의 향기를 맡아보았던 날, 그 어떤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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