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2)

추억 속으로

by 시나브로

마루 위 천장에 매달린 희미한 백열등 하나에 의지한 채 멀찍이 멍석 위에 둘러앉은 식구들의 숟가락이 어둠침침한 양재기 안에서 달그락거리며 부딪힌다.

반딧불만큼이나 희미한 빛을 겨우 쏟아냈던 백열등이 특별할 것 없는 비빔밥을 더 맛있게 해줬었나 보다. 어쩌다 약 오른 풋고추를 씹게 되면서 세상의 매운맛을 조금씩 알게 했던가.


너무 강한 매운맛에는 얼얼해진 혀를 씻어내느라 손사래를 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소동을 피우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숟가락을 놓기가 무섭게 몇몇은 마루에, 남은 식구는 마당 멍석에 누워 하늘을 봤던 기억이 있다.


얼굴 위로 바짝 내려앉은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했다. 은하수 건너 금도끼를 든 토끼를 찾아 헤매다 보면 아스라이 여름밤은 깊어갔다. 까만 어둠만이 산골 마을을 덮어 빈틈없이 촘촘하게 깔리던 시절, 밤하늘엔 보란 듯이 보석처럼 별이 빛났다.


사계절 반짝이는 별빛만이 순수한 빛을 뿜어 희망을 주던 시절, 그 별빛을 가슴에 따 담으며 소중한 꿈을 키우던 시절이었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듯했던 그 수많았던 별들은 가슴속에 박혀 길을 잃었는지 반백을 넘어버린 지금의 나이엔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침묵하는 시간에는 비료포대로 만든 부채질 소리가 잠을 불러들였다. 연한 살만 골라 찾아드는 물것들은 험한 잠 짓으로 모기장 끝으로 뒹굴어간 우리의 귓가에서 밤새 앵앵대며 성가시게 굴었다.


아침에 일어나 모기가 남긴 빨간 상처를 헤아리며 엄마의 관심을 갈구했던 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느 유월의 첫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