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아들
아들은 어느새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다. 한 달 전쯤 입소 날짜를 전해 듣고도 아들에 대한 믿음이 컸던 탓인지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입대 전에 좋아하는 음식이나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시장을 봐 냉장고를 채웠다. 일 년 반 동안 집을 떠나 있던 아들이니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세 아이 중 막내지만 아들은 막내다운 어리광도 없고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했다. 나이에 비해 매사에 속이 깊어 신중하고 의연했다. 어떤 때는 얼음처럼 냉정해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았고 또 어떤 면에선 따뜻한 감성을 가진 아이였다.
아들이 초등학교 사 학년이던 어느 여름 저녁이 생각난다. 늦게 퇴근해 부엌에서 밀린 설거지를 하랴 저녁밥을 하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을 때 앞쪽 베란다에서 아들이 부르는 듯했다.
수돗물소리와 달그닥거리며 부딪히는 그릇들, 그 왁자한 소음들은 다급하게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를 여러 번 삼켰었나 보다. 급기야 달려온 아들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엄마! 빨리 와봐. 빨리, 빨리." 한다. 왜 그러느냐고 영문을 몰라 묻는 나에게 아들은 말한다.
"엄마, 내가 진짜 좋은 모습 보여줄 게."라고. 아들의 손에 이끌려 베란다 창밖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방을 에워싸고 지어진 아파트건물은 언제나처럼 시커먼 어둠을 빠르게 데려와 암흑 속에 묻혀있었다. 사각건물 안 주차장엔 어둑어둑한 어둠 속에 빼곡히 주차된 자동차들만 까딱까딱 졸고 있을 뿐 주차장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왜 그러는데?" 하고 물으니
"엄마, 저기 저쪽을 봐." 한다.
아들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을 꼭 잡고 어둠을 헤치며 느리게 걸어가고 계신 뒷모습이 보였다.
아들은 내 손을 힘껏 잡으며 두 분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엄마랑 아빠도 나중엔 꼭, 저렇게 보기 좋게 늙어갔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순간 얼마나 사랑스럽고 미덥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