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전야 (2)

알 수 없는 마음

by 시나브로

또 한 번은 중학교 일 학년 때였다. 아들에겐 친하게 어울리는 친구가 많지 않은 듯해 은근 걱정을 했던 시기였다. 늦가을로 접어들던 어느 밤, 게임을 하던 아들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엄마! 이 시 알아?

뭔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느냐."라는 시구가 마음 깊이 강하게 파고들었던 시를 읊어준다. 엄마는 처음 듣는 시인데 왜 그 시가 그렇게도 좋아졌는지 물었다.


아들은 시를 다시 읊어주며 시에 담긴 뜻과 자기의 느낌을 진지하게 설명해 주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중학교 삼 학년 때 하루는 피아노를 잘 치는 너무 멋진 친구를 알게 됐다며 난데없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단다. 아들은 그날 밤, 한눈에 봐도 복잡해 보이는 악보를 여러 장 뽑아 하나하나 계이름을 적고 외우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켜고 일본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곡이라며 반복해 듣고 생각날 때마다 적었던 계이름을 읊조렸다. 며칠이 지나 익숙해진 리듬에 맞춰 피아노 건반을 딩동 거리며 지치는 기색 없이 연습을 시작했다.


다시 며칠이 지난 후에는 악보를 보지 않고도 보란 듯이 몇 곡을 연주해 냈다. 아들은 누나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집과 대단한 뚝심의 소유자였다. 대화를 하다 보면 선의의 거짓말도 하지 않는 우직한 아이였다.


아들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친한 친구는 둘셋 정도였고 공부에는 역시나 시큰둥했다. 단지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게임을 하거나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런 아들이 걱정이 돼 운동이든 악기든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대로 배워보라 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변화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닌 언제든 내부에서 일어야 한다며 오히려 나를 설득했다.


어떤 말에도 흔들림 없이 단호한 아들의 태도에 더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교에 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공부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웃음기와 생기가 넘쳐났다.


가끔 등하교를 시키며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친구들 옆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고 즐겁고 행복하단다. 그 무렵 아들의 얼굴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같이 꽤나 흥분되고 들뜬 표정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매일같이 친구들과 운동장으로 몰려가 농구를 즐기고 배드민턴을 한다고도 했다. 어느 날엔 축구를 해보겠다며 공을 사달라 했다.

어릴 적부터 스스로 무얼 해보겠다는 요구가 없었던 아들의 변화에 가슴이 울컥했던 날이다.


또 일 학년 초부터 춤동아리에 들어갔다며 연말에는 대학교 야외강당에서 공연도 할 계획이라 했다. 학교에서의 자투리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연습을 했고 집에서도 춤연습에 매진했던 시기였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들을 보며 '내 아들이 맞긴 맞나?' 하는 의문이 들만큼 빠르게 변해갔다. 그런대로 뚝심이 있던 아들은 갈수록 자신감이 넘쳤고 당차고 밝은 얼굴로 변해갔다.


결코 공부머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도 성적이나 학교 공부에는 관심도 의욕도 보이지 않던 아이였다.


틈만 나면 자신을 설득하려는 나에게

"엄마가 말하는 건 그저 엄마 마음만 편하고자 하는 혼잣말에 불과한 거야. 나한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또 엄마 말에 내 태도가 바뀌지도 않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나둬."라고 한다.


공부는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험 날짜가 발표되면 여러 번 문제집을 사줘 봤지만 끝까지 푸는 법이 없었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가라앉은 표정과 매사 급한 것 없이 천하태평인 아들이 벼락치기라도 했으면 하고 바랐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아들을 포기할 수 없는 욕심에 우린 번번이 실랑이를 벌어지곤 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는 아들을 이길 수 없어 아예 사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들은 중학생 시절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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