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전야 (3)

밤새 비는 내리고

by 시나브로

아들은 고등학생이 된 첫 해에도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여전히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그렇게 정규 수업 외엔 관심이 없던 아들이 겨울방학이 되면서 이젠 공부를 해야겠다며 스스로 심야자율을 지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욕심이 없던 아들은 타지에 가 생으로 고생할 생각은 없다며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일 학년이 다 지나는 겨울 방학을 맞으며 떠밀다시피 영어와 수학학원에 보내게 됐다.


수학선생님은 잘 따르고 좋아해 마음이 놓였지만 나이 드신 영어선생님과는 마찰을 빚었다. 이유는 수업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무리 타일러도 아들은 건의를 멈추지 않았고 아슬아슬하게 겨우 두 달을 채웠다.


학원 원장이던 영어선생님은 아들을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며 더 이상 나오지 말라 했다. 십 개월, 다니던 수학마저도 삼 학년이 되면 학교 규율에 따라 교내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며 십 개월을 채우고 그만두었다.


다행인 건 아들 인생 처음으로 공부에 열정을 쏟는 것 같아 대견했다. 삼 학년 여름방학을 맞았을 땐 기숙사에 빈자리가 났다며 들어갔다. 기숙사 생활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시시때때로 요구하는 간식은 자주 가져다줬지만 옷가지는 단 한 번도 집에 가져오지 않고 스스로 빨아 입었다


수시원서를 쓰기 사오 일 전까지도 도내학교를 고집하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기숙사에서 지내며 어떤 영향을 받았었는지 정작 원서를 쓰는 날 아침, 걸려온 전화에는 여섯 개 모두 서울권으로 쓰겠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당치 않은 말이었다. 너무 놀랍고 걱정되어 필사적으로 말렸다. 남들은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자소서나 면접도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는데, 아들은 하루아침에 뭘 어쩌겠다는 건지. 그런 아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들은 제가 바라던 학교에 운 좋게도 합격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됐다. 대학생이 돼서도 지난 시간처럼 역시나 공부는 뒷전이었다. 대신 학생회활동이나 유도동아리에 빠져 더없이 행복해하던 아들이었다.


때에 따라 너무 융통성 없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아들이라 군대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만 앞섰다. 자신의 뜻을 굽힐 줄 모르는 성격이니 타일러서 될 일이 아니었다. 왠지 삭막하고 팍팍한 계급만이 존재할 것 같은 군생활을 어찌 순응하며 견뎌낼지 앞선 걱정이 끈이질 않았다.


내일이면 입대할 아들은 오히려 아무런 걱정 없이 덤덤해한다. 아들을 지켜봤던 지난 일들이 거센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들어 도통 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멈출 기색 없이 퍼부어대는 요란한 빗소리만 우리 집을 채웠다. 이 밤이 지나면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의 어수선한 마음을 대변하듯 날이 밝도록 굵은 비는 쏟아져내렸다.


잠 못 드는 지리한 시간 속, 아들에 대한 염려는 자꾸만 튀어나와 뒤엉켰다. 앞으로 아들이 겪어내야 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군 생활에 대한 걱정만 끝없이 쌓여갔다.


불안과 조바심에 내 마음은 그렇게 밤새워 내리는 장대빗소리만큼이나 서럽고 심란했던 입영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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