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의 생일을 보내며

자기다움을 응원하는 책 <민들레는 민들레>를 읽고


오늘은 큰아이 생일이다. 여느 생일 때라면 미역국 냄새가 나는 아침이어야 하지만 오늘 아침식탁에는 미역국도 우리 아이도 없었다. 4월 마지막 주는 중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기간이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생일날 미역국은 아침상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동안 공부한 것들이 미역국 한 그릇에 사라질 리가 없는데도 밥상에 올리기가 찜찜했다. 생일상에는 소고기뭇국이 대신 올라왔다.


큰아이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 생일날은 카톡으로만 축하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새벽에 보낸 축하 메시지를 점심시간에서야 확인하고 답을 달았다. "엄마, 축하 메시지 고마워.", "근데 오늘 시험은......." 말 끝을 흐리는 걸 보니 시험 점수가 별로 인가보다. 생일날 시험 점수로 기가 죽어 있는 큰아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상했다. 시험은 아이가 쳤지만 점수가 안 좋은 건 나의 정성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만 같다.

오늘 오전에 그림책 수업이 있었다. 수업 내내 시험 치는 아이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떠나질 않았다. 그런데 수업 중 김장성 작가의 책 <민들레는 민들레>가 눈에 들어왔다. 여태 제목만 알고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던 그림책이다. 수업 중 소개된 책의 내용을 보며 큰아이가 생각났다. 작가의 책 소개글 일부가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어디에 있든 어떻게 있든 무엇을 하든, 민들레는 민들레인 것처럼,
누구나 참다운 제 모습을 지키고 가꾸며,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 2014) 사진출처 알라딘


책은 민들레의 일생을 보여준다. 민들레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운다. 마침내 민들레는 홀씨가 되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간다. 도심 속 가로수 아래, 차도의 틈새 속에서, 지붕 위 작은 흙더미 속에서 꽃을 피우는 민들레. 그리고 홀로 혹은 둘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민들레들이 있다. 어떤 과정 속에 있던지 어느 곳에 있던지, 누구와 있던지 '민들레는 민들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며 큰아이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가졌던 꿈이 무엇인지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성장하려면 혼자 감내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에 부모는 묵묵히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 속 아이도 엄마인 나도 조금씩 성숙해진다.


점심시간 이후 아이에게 '민들레는 민들레' 노래 동영상과 아이 이름을 넣어 OOO는 OOO! 힘내라!는 짧은 메시지 보냈다. 큰아이가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꿋꿋하게 잘 이겨내길 바라며 늘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이 꼭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내 마음을 지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