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나는 주로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 메모한다.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를 쓰는 것이 조심스럽고 책을 아껴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메모를 위해 펜과 포스트잇을 찾다 보면 읽는 흐름이 깨지기도 한다.
오늘은 새 독서 챌린지가 시작되는 날이다. 책장에 묵혀 두고 다 못 읽은 책들, 사놓고 아직 시작도 못 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신청했다. 내가 선택한 책은 경제서 <폴트 라인>이다. <폴트 라인>은 총 450페이지인데 벽돌 책 <사피엔스>보다 조금 얇다. 이제는 읽기를 미룰 수 없다. 앞으로 2주 후 독서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나누어보니 40페이지 씩 읽으면 11일 정도면 완독할 수 있다.
생각보다 글이 잘 읽히고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이해된다. 읽다 보니 미국과 우리나라 경제 성장 과정이 조금씩 눈앞에 그려진다. 본격적으로 읽다 보니 중요한 내용도 많고, 메모해야 것들도 점점 늘어나면서 포스트잇 정도로는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문득 밑줄 긋고, 메모를 직접 책 위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 왜 고민하지?
빌린 책도 아니고 내 책인데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 거지?
중로로 다시 팔 것도 아닌데
그냥 편하게 읽어보자!'
그리고 바로 빨간펜으로 밑줄 긋고 메모하기 시작했다. 중요 내용, 경제 용어 등. 내 마음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벽을 넘어 자유로운 느낌이 들고 괜스레 기분도 좋아졌다.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 계속 과감해지는 필기와 빨간색 동그라미, 화살표 등이 페이지 위에 생겨났다. 그리고 인증사진을 올리며 다른 회원들 인증사진도 살펴보았다. 하이라이터 테이프를 이용한 사람, 또 메모 패드를 이용한 사람 등. 그중 연필로 시원시원하게 메모한 멤버에게 물었다.
"책에 교과서처럼 메모하셨네요."
"이번에 중고로 책 구매하신 거예요?"
"아니요. 새 책이에요.
내 책이니까 중요한 거 내 마음대로!"
책을 정말 소중하게 아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동안 구겨질까 혹시 오염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책을 다루었다. 최근에는 북 커버까지 사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내가 책에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에 소중히 꽂아두고 자주 읽지 않는 장식용 책보단 좀 낡고 손때가 타더라도 여러 번 읽어 '나만의 중고 책'이 된 책이 더 의미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책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의 소중함보다 책의 외관과 상태에만 집중했다. 나는 책의 어떤 것을 좋아했던 것일까?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책 속 손웅정 씨의 독서법은 매회 다른 색 펜을 이용해 중요한 내용을 체크하고 메모하며 읽는 것이다. 세 번 독서가 끝나면 중요한 메시지나 교훈 등은 독서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그동안 소중히 읽었던 책은 버린다. 책을 버리는 이유는 빌려주거나 물려줄 수 없을 만큼 책 상태가 좋지 않기도 하고, 책장에 꽂아두고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웅정 씨의 독서법을 생각하며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을 보았다. 그동안 나의 독서법과 책을 대하는 태도 속에서 앞으로 책에 대한 나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함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