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새 학년 반에 들어가 주위를 살펴보니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앞으로 친구를 어떻게 사귀지? 나도 모르게 풀이 죽어 책상을 향해 낮은 한숨을 내쉰다. 먼저 말을 건네기엔 언제나 용기가 부족했다. 학창 시절부터 인기가 많은 아이들은 발표도 잘하고 친구도 많았다. 소심한 나는 활달한 친구들의 성격이 부럽다.
이런 경험치가 쌓이면 내향적인 사람은 묘한 패배감을 얻기 십상이다. 특히나 사회생활의 시작점인 자기소개서 항목 중 성격의 장점을 써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수없이 망설이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나의 소심함이 들킬까 봐...
자소서에 소심하다고 쓰면 안 되나요?
은행에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며 찾아온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있었다. 그 당시 K은행은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만으로 1차 서류를 통과시키는 채용을 하고 있었다.
어마 무시한 경쟁을 뚫기 위해선 ‘눈에 띄는 남다른 자기소개서’를 써야만 했다.
“소심한 성격이라고 쓰면 안 되겠죠?” (고등학생답게 솔직하고도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에서 좋아할 만한 모습을 따라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으며...’ 아니 이건 진짜 내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쓰기로 작정을 해보자.
‘저는 소심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지 못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다가 겨우 물어보곤 합니다.’
만약 실제로 이런 자소서를 만난 인사담당자는 어떨까?
‘소심한 성격이면 곤란하지!’하며 다음 내용을 읽지도 않은 채 패스~할것만 같아 억울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해야 좋아 보이는 세상의 시선 속에서 내향적인 성격에 대한 선입견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숨은 능력
은행에 지원하겠다는 학생은 학급회장에 모범생이며 선생님들의 칭찬이 자자한 학생이었다. 실제로 기업 안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결과를 만들어 낸다.
문제가 닥치면 예민함이 조심성으로 발현되고 , 깊은 사고력은 분석적인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 00아!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써보자!”
남다른 자소서의 필수 요건은 바로 ‘진솔성’, ‘나만의 경험’, ‘가능성’이다.
학생은 학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견수렴하고 고민해서 해결한 사건을 바탕으로 자신의 신중함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스토리를 써내 훌륭히 자기소개서를 완성해냈다.
(은행도 합격했다)
자기소개서에 소심하다고 쓰면 안 되나요?
쓰세요!
내향적인 사람들의 힘에 대해서…
그리고 회사에 더없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꼭 강조하셔야 합니다.
내향형의 반대는 외향형이 아니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학창 시절을 보낸 나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불가피하게 새로운 모임에 참가하는 날이면 방어막을 먼저 치곤 한다.
"제가 낯을 좀 가려서…"
말수가 적어도 이해해주기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물론 친한 친구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어떤 면에서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여행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곱만 떼고 뛰쳐나갈 수 있고, 친한 사람들에게는 나를 망가뜨려가며 유머를 던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두 가지 성향이 함께 존재한다.
온전히 한쪽으로 치우친 성향은 없다.
현대 성격 심리학자들은 ‘외향형’의 반대는 ‘외향형이 없는’이라고 하지 ‘‘내향형’이라고 하지 않는다.
외향적이지 않다≠내향적이다(반대말이 아니다)
그러니 굳이 외향형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